김정은 정권의 멸망 시나리오, 무력도발 가능성은 [곽인옥 교수의 평양 시장경제 리포트]

곽인옥 2024. 11. 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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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북한에 자생적인 시장 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당과 상점, 고급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돈을 굴리는 돈주(錢主)는 부를 축적하고, 새로운 형태의 뇌물 구조가 뿌리내렸다. 국제사회의 엄격한 경제제재를 받는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회주의 사상도 계획 경제도 아니고, 자생적인 시장경제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은 여전히 살벌한 독재 체제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북한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10년간 조사를 해왔다. 탈북자 100여명을 상대로 장기간 심층면접을 하고,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평양의 시장경제 작동 시스템을 분석했다. 폐쇄적인 북한 내부를 자세히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한의 통계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 역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사한 북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공유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새롭게 다가올 한반도의 미래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에서 연재한다.

1. 김씨 왕조의 세습과 구심력 약화

조선에 이씨 왕조가 있다면 북한에는 김씨 왕조가 있다. 김씨 왕조는 김일성에서 시작해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다. 공산주의 국가로서는 이례적인 사례로, 사실상 왕과 교황을 겸하는 절대 군주제에 가깝다. 주체사상은 김씨 일가에 대한 개인숭배를 통한 체제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모든 권력이 최고 지도자에게 나오는 사상적 기반이 됐다.

김씨 왕조의 권력을 지지하는 핵심 세력은 조선노동당으로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의 결정이 곧 국가 정책으로 이어진다. 군부 세력 또한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하여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단군의 뿌리를 둔 백두산줄기의 구심력이 약화하고 있다. 김정은 측근의 충신들이 다 떠나고 간신배만 남았다.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국가를 의지하지 않고 시장경제를 통해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체제 유지를 위한 정보 통제와 억압이 여전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자국 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북한이 내년 상반기에 무력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도발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군부 세력 반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2. 김정은 정권의 멸망 가능성

북한 김정은 정권은 2011년 김정일의 사망 이후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사회와의 관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몰락한 왕조들의 말기 모습과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점을 보인다. 


[백두혈통의 구심력 상실]

북한에서 단군릉을 잘 꾸려놓은 이유가 있다. 단군을 뿌리로 백두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김씨 왕조가 한민족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을 중심으로 민족의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두혈통이 3대 세습이 되면서 구심력이 약화되어 김정은 사후에 4대 세습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몸무게도 불리면서 김일성 이미지로 변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지만 건강을 잃었다. 또한 남북한의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틈을 타서 북한 내부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을지도 모르지만, 집단지도체제로 돌입하면 백두혈통의 구심력이 상실되어 멸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

고려와 조선 왕조의 말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고려는 몽골 침입 이후 국력이 약화되었고,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경제 기반이 붕괴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총체적인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에도 복구되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실정이다. 

국가 재원을 총동원하여 평양에 대규모 아파트를 꾸리는 겉모습만 화려하게 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탄탄한 기반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모든 원자재와 생활필수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살아가고 있다. 기간산업은 한 나라의 산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으로 경제발전의 열쇠이며 대동맥 같은 산업인데 북한은 이러한 산업이 매우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은 노동집약적, 기술집약적,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단계적으로 발전하는데 국제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고립 상태에 놓여있어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군사비 지출이 과중하여 민생경제에 투자할 자원이 부족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통제와 부패]

고려 말기에는 권문세족의 전횡과 왕권 약화로 인해 정치적 부패가 심화됐다. 조선 후기도 세도 정치로 인한 부패가 극심했다. 김정은 정권 역시 강력한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며, 당 중심의 권력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재적 통치는 내부적으로 불만을 야기한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나타난 자생적 시장화는 30년이 지나서 시장경제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의 주민들이 국가를 의지하지 않고 시장경제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아직도 북한 위정자들은 체제 유지를 위하여 정보 통제와 억압을 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 권력층은 뇌물로 살아가기 때문에 부패 문제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발전과 한류 문화는 북한 정권의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군사력과 외교]

고려와 조선 모두 외세의 침략에 직면하며 군사력이 약화됐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통해 체제 보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는 동시에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남한의 1960~1975년 베트남파병과 대비하여 경제원조와 현대식 무기 전환이라는 특수 이익을 기대하고 애국을 위하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수많은 군인을 파병하고 있다. 이러한 파병은 군인의 생명 수당을 북한 정권의 통치 자금으로 대부분 들어가고 각 개인에게는 터무니없는 돈을 주면서 북한 내부에 불만이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북한군 파병은 세계 3차 대전을 위한 전초전이 될 수 있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 세력의 타깃이 됐다.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북한의 미래

김정은은 북한에서 모든 것(땅, 사람,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왕과 교황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절대 권력을 가진 역대 왕들은 자기를 절제하지 못해 단명했다. 김정은의 몸무게는 140kg으로 이미 건강에 위협이 심각하다. 김정은 사후 백두혈통의 구심력이 상실하여 김씨 왕조는 4대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에 급변 사태로 인한 급격한 통일은 남한과 북한 두 나라에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북한 내부의 군부가 정권을 이어받아 어느 정도 기간까지 유지해 주어야 하는 숙명에 처해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 정권은 고려와 조선 왕조의 말기와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 어려움, 정치적 통제 강화, 그리고 외교적 고립 등은 모두 정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역사적으로 왕조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몰락의 길을 걸었다. 북한 정권이 역사적 교훈을 통해 변화와 개혁을 모색할지, 아니면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불안정성을 키울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곽인옥 교수 inokkw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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