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전공과는 '비장애인 의대 입시반'과 비슷한가요? [류승연의 특수교육 A to Z]

류승연 2024. 11.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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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의 특수교육 A to Z] 전공과의 의미와 역할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 <기자말>

[류승연 기자]

'전공과'라는 게 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특수교육대상자가 갈 수 있는 일종의 '직업훈련 학교' 같은 곳인데요. 대부분 특수학교 안에 개설돼 있고 2년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전공과 공고가 나면 일종의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는데요. 특수학교 학생만이 아닌 통합교육 받았던 학생도 모두 대상이 됩니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엄마인 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년 동안 전공과에 다니다 사회인이 되면 좋겠어요. 비장애인인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도 곧바로 사회인이 되는 게 아니라 아마도 대학이라는 '중간 지대'를 거친 뒤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될 텐데요. 아들은, 단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생' 다음에 곧바로 '사회인'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조금 더 천천히 성인의 삶을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중증의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전공과 학생이 되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아마 많은 것들이 개선되고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전공과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전공과 입학 전형
 특수학교에 전공과로서 커피/바리스타과가 개설되기도 한다. 사진은 2019년 7월 10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제8회 메타넷과 함께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전공과는 고등학교 졸업 예정인 특수교육대상자 또는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이내인 특수교육대상자가 지원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에 거주하는 자'가 자격 요건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지자체별 실거주 여부가 중요한 듯 보입니다.

전공과는 주로 특수학교에 개설돼 있는데요. 일부 통합교육 중인 학교에도 있고 대학에 개설된 곳도 있습니다. 교육기관에 따라 어떤 곳은 학급 구분 없이 통합으로 모집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과별로 모집하기도 합니다.

통합으로 모집한다는 건 이런 겁니다. 전공과 2개 반이 개설돼 있다고 가정하면 한 학급당 7명씩 총 14명을 일단 선발하겠다는 겁니다. 비장애 학생들 대학 입시 때 전공별 모집이 아니라 인문학부 모집, 자연공학부 모집 이렇게 모집하는 것처럼요.

반면 포장/조립과, 커피 바리스타과, 기초공예과 등 개별 과가 개설돼 있어 과별로 모집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부 특수학교(서울애화학교,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등)에서 운영 중인 전공과는 교육부 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학위과정 학점은행제를 인가받아 일정 학점 이상을 수료하면 전문 학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합니다.

2년 과정이 가장 많지만 1년 과정인 곳도 있고 3년 과정인 곳도 있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4장 제24조에는 "특수교육기관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진로 및 직업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수업연한 1년 이상의 전공과를 설치, 운영할 수 있다"라고만 되어 있어 학교 사정에 따라 운영 기간이 차이를 보입니다.

보통 10월경 공고가 나고 11월 전후로 원서 교부가 시작되며 11~12월 중 실기 전형과 합격자 발표가 이뤄집니다.

실기 전형은 후덜덜합니다. 저마다 차이는 나지만 A학교 사례를 통해 어떤 것들을 평가하는지 감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학교 전공과는 기본능력과 작업능력으로 나눠서 점수를 매깁니다. 기본능력에는 기초인지, 기본생활가능, 사회적 기술, 태도 및 행동평가가 각각 10점씩 총 40점이 배정돼 있고요.

작업능력은 변별력, 태도 및 행동평가, 조립영역, 태도 및 행동평가, 포장 영역, 태도 및 행동 평가가 각각 10점씩 총 60점이 배정돼 있습니다. '태도 및 행동평가'가 계속해서 점수에 반영되는 만큼 굉장히 중요한 덕목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개 영역의 점수를 모두 더해 고득점순으로 입학자를 선정합니다.

특수교육계의 엘리트 취업반?

만약 A학교 전공과에 입학원서를 내면 아들은 합격하지 못할 듯합니다. 특수학교 안에서도 소수에 속하는 중증 장애 학생이라 도무지 A학교 전공과가 제시하는 기준을 맞출 수가 없을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전공과는 처음부터 취업이 가능한 경증 장애 학생에게만 문이 열려 있는 곳일까요? 엘리트 전용, 마치 비장애 고등학생들의 의대 입시반처럼요?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본래의 전공과는 취업 전용 직업반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보단 전공과를 개설한 특수교육기관에서 어디에 교육의 방점을 찍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교육부에 문의해 봤습니다. 전공과는 '진로 및 직업' 교육을 위해 개설되었대요. 그런데 진로가 꼭 취업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취업을 하겠지만 누군가는 대학에 가고, 누군가는 주간활동서비스를 받고, 누군가는 평생교육센터에 가기도 할 겁니다.

진로라는 건 취업을 넘어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죠. 사회 안에서, 생활복지의 영역 안에서 각자가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진로'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전공과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취업을 포함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중간지대'로서의 역할을 위해 탄생했어요.

그래서 본래의 전공과는 ▲ 직업재활훈련 ▲ 자립지원훈련(사회적응, 일상생활 적응) 이렇게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어떤 특수학교의 경우엔 아예 모집을 할 때부터 직업재활반, 자립지원반 이렇게 나누어 모집하기도 합니다. 취업만이 전공과의 목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2023 특수교육통계를 살펴보면 지방으로 갈수록 자립지원훈련에 초점을 맞춘 전공과 교과목이 많이 개설돼 있는 경향을 봅니다. 자립생활, 개인 및 가정생활, 사회적응, 생활교양, 기초체력, 지역사회체험, 여가생활, 생활체육, 건강생활 등 단순 취업만이 아닌 중도 장애가 있는 학생의 진로를 위한 사회적응 교과들이 많이 개설돼 있는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교육기관별로 차이가 나는 전공과 과목은 어떻게 개설되는 걸까요?

교육부에서 제시한 기준에 의거, 시도교육청에서 마련한 별도 지침에 따라, 수업 기준과 학생선발 기준은 각 학교 교장이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정하게 돼 있다고 합니다. 교육기관의 장이 전공과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 같다는 생각입니다.

중증 학생도 전공과에 입학하려면
 전공과가 직업재활과 자립지원의 투 트랙 기능을 하기 위해선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 unsplash
저는 전공과의 의미가 단순 취업반이 아닌 본래 투 트랙(직업재활, 자립지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모두가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전공과 시스템은 장애 정도가 경한 학생만을 위한 소수의 전문 기관처럼 운영되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한 개인 앞에 펼쳐진 삶의 진로는, 장애 정도가 경한 사람만이 아닌 장애 정도가 중한 사람에게도 똑같은 삶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어쩌면 장애 정도가 중하기에 '중간지대' 역할로서의 전공과 의미는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공과가 직업재활과 자립지원의 투 트랙 기능을 능히 하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당장 과목 개설부터 바뀌어야 하고요. 그에 따라 입학 전형까지도 바뀌어야 할 겁니다.

저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로, 직업 교육이 '기능 중심'만을 고수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능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특수교육대상자의 성인기 삶에선 기능의 높고 낮음만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현재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당사자도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바로 근로지원인이란 제도가 있기 때문이죠.

근로지원인은 직장 안에서의 활동지원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합니다. 실제로 많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근로지원인과 매칭돼 취업 일선에 나가 있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렇다면 이들(근로지원인 지원을 받아 취업하는 중증 장애인)이 취업 현장에 나갔을 때를 대비한 중간지대로서의 교육 과정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전공과일 테고요.

아들은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됩니다. 제 아들은 과연 3년 뒤에 전공과에 입학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1년 또는 2년이라도 더 늘릴 수 있을까요? 비장애인 딸은 대학 생활을 통해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게 될 텐데요. 쌍둥이인 아들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게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공과가 그러한 곳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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