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해군과 달리 육군 뿌리 불분명, 독립군 계승 법에 명시해야"

김학규 2024. 11. 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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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역사 계승 명문화 위한 국군조직법 개정' 공청회 열려

[김학규 기자]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에서 육사 생도들이 분열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1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독립운동 역사 계승 명문화를 위한 국군조직법 개정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지난 10월 14일 부승찬 의원 등 14명이 발의한 국군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개정안은 '이 법은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 대강을 결정한다'는 국군조직법 법 1조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계승하는 국민의 군대로서"란 문구를 추가하여 헌법 전문에 담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구절을 국군조직법에도 명문화함으로써 국군의 뿌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군, 광복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내용이다.

공청회는 부승찬 의원의 환영사,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의 축사가 있은 후,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하였다.

먼저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사 측면에서 본 국군조직법 개정'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준식 전 관장은 한국광복군 성립 전례식(1940년 9월 17일)에서 "한국광복군은 일찍이 1907년 8월 1일 국방군 해산과 동시에 성립된 것"이라고 한 조소앙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장의 성립보고를 소개한 후, 대한제국 군대해산 이후 의병전쟁- 독립군의 무장투쟁 - 한국광복군으로 이어지는 독립전쟁의 흐름과 무장 투쟁에 헌신한 군인들을 소개했다. 이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일선전성명 발표(1941년 12월 10일)와 한국광복군의 대일항전, 그 과정에서 진행된 중국군대와의 공동 항일작전, 영국군과의 공동 작전인 인면전구공작대 활동, 미국의 OSS(미국 전략 사무국)와 벌인 독수리작전(국내침투작전) 등을 소개함으로써 국군의 뿌리인 한국광복군의 면모를 설명했다.

이 전 관장은 공군이 "임시정부의 항공부대이자 항공독립운동의 출발점이었던 한인비행학교가 대한민국 공군의 뿌리"라고 정리하고 있고, 해군이 독립운동가 손정도의 아들인 초대 해군제독 손원일을 매개로 '독립운동에 기반한 해군'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육군은 1946년 1월 15일 미군정 하에서 창설된 남조선국방경비대가 그 출발인 양 설명하고 있는 등 자신의 뿌리를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11월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군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부승찬) 관련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 김학규
'군의 현실에서 본 국군조직법 개정'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조승옥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1945년 광복 이후 벌어진 국군의 정통성 정립을 위한 여러 시도를 소개하면서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에 그 기반을 두는 '광복군 모체론'과 1946년 미군정 하에서 창설된 남조선국방경비대를 출발로 보는 '경비대 모체론'이 그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경비대 모체론'은 "국군이 경비대를 인수했다는 단순한 사실관계를 나열할 뿐 국군의 가치와 정통성을 전혀 담지 못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광복군 모체론'은 미군정 하에서도 "경비대를 지휘할 통위부장(국방부 장관)에 임시정부 참모총장과 군무부장을 역임한 유동열을, 경비대총사령관(육군참모총장)에 광복군 출신 송호성을 임명한 것",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할 때 대통령 이승만이 "광복군 출신의 이범석과 최용덕을 국방부 장관과 차관에 각각 임명한 것"과 육군사관학교의 교장 자리에 "제6대부터 제9대까지 연속해서 4명의 육사 교장(최덕신, 김홍일, 이준식, 안춘생)을 모두 광복군 출신으로 임명한 것" 등에서 볼 때도 "국군의 정통성은 광복군에 있다는 인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 시기 대세였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는 김광중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정형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군사사부장, 김세진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홍보부위원장(<한국군의 뿌리> 저자), 홍제표 CBS 기자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국군의 뿌리는 독립군·광복군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법제화에 대해서는 일부 신중론 또는 불필요론도 제기되었다.

김광중 이사, 홍제표 기자는 최근 "기미 삼일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다시 국군조직법을 개정하여 그 제정 당시의 정신을 분명히 할 필요성", "국군 내부에서도 육·해·공군이 국군의 뿌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는 혼선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을 정리할 필요성" 등을 근거로 국군조직법 개정에 찬성했다.

반면, 정형아 부장은 "학술적 연구와 대중적 공감대가 부족한 현실에서 섣부른 법제화·명문화가 또 다른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시기상조론'(신중론)을 펼쳤고, 김세진 홍보부위원장은 "이미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굳이 한국군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구가 국군조직법에 삽입되어야 할 당위성이 떨어진다"면서 '불필요론'을 펼쳤다.

앞으로 국군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국방위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인데, 이번 공청회에서 확인된 '시기상조론'과 '불필요론'을 설득할 수 있는 학술적 성과 제시는 물론 현실적 필요성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공청회는 국회의원 부승찬·추미애·정성호·박홍근·이기헌·조국이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한국광복군유족회,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이 함께 주관하여 진행되었으며, 오마이TV에서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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