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茶 이야기’] 러브 사라 | 세상의 모든 디저트’ 맛보고 싶은 당신 ‘세상의 모든 tea’ 꿈꾸는 당신…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11.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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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보통은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노팅힐’을 떠올리실터.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를 보고나서는 ‘세상의 모든 디저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랑스럽고 따뜻해서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지는 오늘의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다.

런던 서부에 위치한 노팅힐은 런던에서도 예쁜 건물과 고급 레스토랑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포토벨로 로드마켓이라 불리는 시장이 유명하다. 매년 8월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노팅힐 카니발이 열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거리 축제 중 하나면서 대표적인 ‘포용성 축제’로 불린다.

글로벌 도시 런던에서도 ‘다문화 성지’로 꼽히는 ‘노팅힐’
매년 8월 마지막 일요일 폭동 상처 씻는 ‘카니발’열려
올해로 56회째를 맞은 노팅힐 카니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48년에서 1971년 사이 카리브해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수십만명의 이주민에서 유래했다. ‘윈드러시 세대(1948년 카리브해에서 처음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엠파이어 윈드러시’호를 타고 왔다 해서 ‘윈드러시 세대’라는 이름이 붙었다)라 불리는 이들은 부당한 대우와 인종차별을 견디다 못해 1958년 노팅힐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이후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카니발은 ‘다문화주의’를 기념하고 이주민과 그 후손이 영국 사회에 기여한 방식을 기억하는 축제로 발전해왔다.

이런 이유로 노팅힐은 다양한 국가 출신이 살고 있는 런던에서도 특히 다문화의 성지 같은 곳으로 여겨진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를 보여주며 맘껏 눈호강 시켜주는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러브 사라’가 노팅힐을 배경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던 셈이다.

엘리자 슈뢰더 감독 데뷔작인 영화는 ‘버즈아이뷰(창공을 날아다니는 새가 하늘 위에서 땅을 바라보는 시선)’로 런던 시내 곳곳을 훑으며 시작한다. 그리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핸드폰 전화벨이 울리고 연결된 무선이어폰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라 나야, 이사벨라. 우리 베이커리 앞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빨리 와.”

그날은 같은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함께 베이커리를 오픈하기로 한 사라와 이사벨라가 매장을 계약하기로 한 날. 이사벨라는 “날씨가 너무 춥다”며 사라에게 “빨리 오라”는 재촉 전화를 건다. 그러나 그날, 이사벨라는 사라와 만나지 못했다. 사라가 갑자기 사고로 그만….

부풀었던 꿈은 어디서부터 손댈지조차 모르게 된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파티셰(과자나 케이크 등 디저트를 담당하는 셰프)인 사라 없이는 혼자서 베이커리를 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사벨라. 설상가상 부동산은 계약을 철회해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엄마가 갑자기 없어진 사라의 딸 ‘클라리사’는 오래도록 교류가 없던 외할머니 ‘미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이사벨라, 클라리사, 미미 세 사람은 비록 각각 방법은 달랐지만 자신들이 사랑했던 사라를 위해, 그녀의 꿈이었던 베이커리 ‘러브 사라’를 열기로 마음을 모은다.

사라 자리를 대신할 파티셰를 찾기 위해 면접을 진행하는데 영 맘에 드는 지원자가 없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잘생긴 미슐랭 스타레스토랑 셰프 ‘매튜’가 이름도 없는 초짜 베이커리의 파티셰를 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알고보니 사라와 이사벨라, 매튜는 요리학교 친구였고, 매튜와 사라는 잠시 사귀었던 사이. “매튜는 절대 안돼. 사라도 원하지 않을거야” 목소리를 높이는 이사벨라를 뒤로 하고 미미와 클라리사는 “그럼 대안이 있냐”며 매튜를 받아들인다….

영화 후반부는 그들이 어떻게 지난 앙금을 풀고 사라를 멋지게 떠나보내는지, 또 ‘러브 사라’를 어떻게 고향 같은 따뜻한 베이커리로 만드는지의 스토리로 가득차 있다.

그 따뜻한 베이커리 ‘러브 사라’ 안에는 정말 ‘세상의 모든 디저트’가 있다. 런던, 그중에서도 특히 노팅힐에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모인 것처럼.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파스텔 드 나타’, 초콜릿 소스로 코팅한 후 코코넛 가루를 뿌린 호주 전통 케이크 ‘레밍턴’, 덴마크식 시나몬롤 ‘카넬스네일(시나몬 달팽이)’, 얇은 파이 반죽 사이에 견과류를 넣고 달콤한 시럽을 올린 터키의 ‘바클라바’, 오렌지가 올라간 이태리의 ‘오렌지 세몰리나 케이크’, 라트비아 출신 택배 기사를 위한 ‘크링클’, 어느 일본 여성이 주문한 ‘말차 크레이프 케이크’ 등등.

서양식 홍차 ‘애프터눈티’에는 3단 트레이
동양식 찻자리에는 말차와 ‘화과자’ 유명
포트넘&메이슨 ‘애프터눈티’는 조금씩 메뉴가 달라지긴 해도 3단 트레이 구성의 정석은 절대 넘어서지 않는다. <사진 포트넘&메이슨 홈페이지>
차를 얘기할 때 디저트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서양식 홍차에 디저트를 곁들인다면, 동양식 찻자리에는 ‘다식’이라는 이름으로 곁들여진다. 특히 말차는 “말차도 좋지만 함께 나오는 화과자(와가시)가 좋아 말차를 마신다”는 이가 상당수일 정도다.

디저트계 ‘갑 중의 갑’은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시작된 애프터눈티 3단 트레이 아닐까. 그냥 3단을 쌓는다고 3단 트레이가 아니다. 원래 트레이를 쌓는 데는 엄격한 원칙이 있다. 3단 트레이는 아래 접시에 담긴 음식부터 먹는데 맨 아래층은 출출함을 달래줄 샌드위치, 가운데 층은 영국인의 국민 간식 스콘, 맨 윗 칸은 각종 달달구리 디저트로 구성하는 게 원칙이다. 전통과 격식을 깐깐하게 따지고 중시하는 영국의 티룸에서는 여전히 이 원칙에 따라 애프터눈티 3단 트레이를 내는 곳이 상당수다.

최근 한국에 홍차티룸이 많이 생기고 카페에서 애프터눈티를 내놓는 곳도 많아졌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구성된 3단 트레이 애프터눈티를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서양에 애프터눈티 3단 트레이가 있다면, 동양에는 색과 모양이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난 화과자가 있다. 워낙 비주얼이 좋아 ‘첫 맛은 눈으로 먹고 끝 맛은 혀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손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화과자는 단맛이 강해 말차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말차에 곁들여지는 ‘화과자’는 색과 모양이 화려해 보는 눈이 호사스럽다. <사진 영화 ‘일일시호일’>
그럼 홍차도 아니고 말차도 아니고 다른 차를 마실 때는?

일본에서는 센차, 반차 등 증청녹차(쪄서 만든 일본식 녹차)에도 대부분 화과자가 함께 나온다. 중국과 한국에서 차를 마실 때는 맛이 강하지 않은 다식이 곁들여지는 게 보통이다. 중국의 찻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식은 해바라기씨, 호박씨, 수박씨, 땅콩 같은 견과류다. 대만 우롱차를 마실 때는 파인애플잼이 들어 있는 대만 구움과자 펑리수를 선택하면 나름 조화롭다. 우리나라에서는 단맛이 별로 없는 가래떡이나 절편, 증편, 더덕정과 도라지정과 등 각종 정과, 송화다식, 양갱 등이 다식으로 선호된다. 최근에는 다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티푸드 전문가들이 그날 마시는 차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고 개발한 개성 만점 다식을 곁들이는 식의 ‘차회’도 여기저기서 만나볼 수 있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디저트’를 아시는지...
“‘이탈리아 디저트’ 아니예요. ‘나폴리 디저트’ 예요.”

최근 계동길 초입에 문을 연 나폴리 디저트집 ‘아모르나폴리’ 김경하 대표는 “이탈리아 디저트 아니다”라는 말부터 꺼낸다.

‘아모르나폴리’는 ‘무지개 케이크’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 ‘도레도레’ 김경하 대표가 도레도레 시작 20년을 기념해 “앞으로 20년을 탄탄하게 갈 수 있는 아이템이 무얼까” 오래도록 고민하다 내놓은 브랜드다. ‘티마리수’ ‘젤라또’ 같은 이탈리아 디저트 몇가지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나폴리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 디저트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아모르나폴리’에는 한국 최초 이탈리아 남부 디저트 매장”이라는 깨알설명도 덧붙여진다.

리코타치즈를 꽉꽉 채우고 돌돌 말아 만든 시칠리아 디저트 ‘칸놀리(Cannoli)’, 버섯처럼 생긴 빵을 럼을 넣어 만든 시럽에 푹 담가놓은 모양새로 축축하지 않을까 싶은 ‘바바(Baba)’, 나폴리식 설탕 꽈배기 도넛 ‘그라파(Graffa)’, 오렌지나 레몬향을 가미한 리코타 크림이나 아몬드 크림으로 속을 채운 이탈리안 페이스트리 ‘스폴리아뗄레(Sfogliatelle)’, 꼭 마카롱처럼 생긴 ‘바치디 다마(Baci di Dama)’ 등 모양은 물론 이름도 한참 생소한 디저트로 매장이 가득 채워져 있다.

크림 대신 리코타치즈를 가득 채워넣은 ‘칸놀리’는 느끼하기는커녕 신선하다. 축축해서 식감이 별로일까 걱정하며 고른 ‘바바’는 이게 웬 걸? 럼 시럽이 은은하게 배어있어 자꾸자꾸 또 먹고싶다.

평일 7시 30분 문을 열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해 디저트를 준비하는 셰프들 면면도 화려하다. 2019년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국가지정공인명장(MOF: Meilleur Ouvrier de France)이 된 김영훈 셰프를 필두로 역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젤라또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박영수 셰프, 이탈리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일했던 김견준 셰프 등 3인방이 주방을 이끈다.
<사진 윤관식 기자>
“‘이탈리아 남부 디저트’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는 김 대표의 바람이 이뤄지는 중일까. 오픈한 지 채 몇 달 안되어 계동길 명소로 자리잡은 아모르나폴리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탈리아인은 물론 외국인이 줄지어 찾는 디저트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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