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더블 제미니' 시각적으로 드러낸 삶의 이중성
12월 21일,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
"하나의 건물이지만,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전시 제목인 '더블 제미니(두 쌍둥이자리)' 속 두 인물을 공간으로 표현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리처드 알드리치의 한국 첫 개인전 ‘더블 제미니(Double Gemini)’가 오는 12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설치 작업에 대한 큐레이터 적 접근과 사물, 아이디어를 재맥락화한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 작가 리처드 알드리치는 대학에서 미술이 아닌 심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음악과 미술, 예술에 심취해 아티스트의 삶을 동경한 그는 당시 아무도 쓰지 않는 대학 건물 구석의 골방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며 전업 작가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고백한다.
2003년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알드리치는 2010년 휘트니비엔날레에서 작은 추상 조각을 선보이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부 신작을 포함해 알드리치가 지난 10년간 제작한 회화, 조각 1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대중문화와 SF소설, 미술사와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레퍼런스의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정교하게 겹친 레이어를 통해 비선형적 서사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일례로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걸려 있는 차일드 하삼의 ‘Avenue in the Rain’(1917)의 깃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Grey’ 연작 중 무지개, 비디오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요소 등을 재해석한 ‘Without Going Outside of My Door’(2023-2024)는 그가 정교하게 직조한 문화적, 자전적 암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알드리치는 관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중성과 기억, 정체성에 주목해온 알드리치는 전시 제목인 ‘더블 제미니’ 역시 삶의 이중성을 상징하며, 화려한 겉모습 아래 숨겨진 내면의 감정을 탐구한다고 설명한다. 1층 전시 공간에는 밝고 다채로운 색감의 작품이 배치돼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지하 1층에는 상대적으로 어둡고 단조로운 색감의 작품이 작가 내면의 고뇌와 감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대조는 알드리치가 인격의 두 가지 측면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극명하게 구현한다.
또한, 알드리치는 작품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감정의 복잡성을 전달한다. 그는 종종 ‘기억’이나 ‘시간’과 같은 무형의 아이디어를 작품에 포함해, 관객이 각자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주제는 그가 작업하는 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그의 작품은 관객이 과거와 현재를 되새기고, 개인적이며 보편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한다.
1975년 미국 버지니아주 햄튼에서 태어난 리처드 알드리치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로마의 폰다찌오네 줄리아니(Fondazione Giuliani), 2016년 벨기에 드레를의 돈트-데넨스 뮤지엄(Museum Dhondt-Dhaenens), 2011년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2011년 세인트루이스 현대 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 St. Louis) 등 여러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 미술관과 휘트니 미술관,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텍사스의 댈러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 영국 맨체스터의 휘트워스 아트 갤러리(Whitworth Art Gallery),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일본 오사카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Art, Osaka) 등 공공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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