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간 '빅맥'만 썩지 않았다…햄버거 회사가 답한 그 이유[햄버거 썩히기]④
파이브가이즈, 80% 이상 곰팡이 덮여
맘스터치·KFC도 확대
롯데리아 번 하단부서 부패 진행 중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된 '햄버거는 썩지 않는다'는 풍문의 사실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아시아경제 식음료팀이 실험에 나선지 7일로 한 달째를 지났다. 맥도날드와 맘스터치,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이브가이즈 등 6개사의 대표 제품 중 맥도날드 빅맥을 제외한 5개 버거는 번과 패티에 곰팡이가 피어나고, 수분이 증발해 부피가 줄어드는 등 외관상 변화가 확연해졌다.
빅맥과 함께 부패 속도가 가장 더뎠던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도 실험 시작 후 30일이 지나자 번 하단에 검지 손가락 크기의 하얀 곰팡이와 검은 반점이 띠 형태로 나타났다. 야채는 모두 말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패티도 수분기가 전혀 없어 버거 전체가 압착한 듯 쪼그라든 모양이었다. 대체로 제품 하단부를 중심으로 부패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빅맥만 빼고…실험 햄버거 한달간 빠르게 부패
패티를 두 겹으로 쓰는 빅맥은 하단부 번에 엄지손톱 크기의 곰팡이가 자라났으나 색상이나 형태가 두드러진 정도는 아니었다. 깨를 뿌린 상단부 번을 비롯해 버거의 전체적인 모양은 실험 초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채를 썬 양상추와 치즈 등의 재료도 육안으로 확인된다.
앞서 부패가 상당량 진행된 나머지 실험군은 한 달간 외형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먼저 변화가 시작됐던 파이브가이즈의 베이컨치즈버거는 이날까지 제품의 80% 이상이 검푸른 곰팡이로 뒤덮였다. 패티와 하단부 번까지 이어지는 곰팡이는 진회색으로 변했고, 녹아내린 치즈를 제외하면 내용물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버거킹 와퍼도 번 윗부분이 시멘트색 곰팡이로 가득 찼다. 제품은 수분기가 모두 날아가 건조한 형태였고, 버거 크기도 실험 초와 비교해 줄었다.
치킨류 패티를 쓰는 맘스터치 싸이버거와 KFC 징거버거의 부패 정도도 훨씬 심해졌다. 싸이버거는 번 상부에 검푸른색과 노란빛의 곰팡이가 구름 모양으로 번졌다. 파이브가이즈 베이컨치즈버거의 2주 차 진행 상황과 비슷했다. 치킨 패티는 일부만 남고 문드러졌다. 징거버거는 번 상단의 절반가량은 그을린 듯한 모양으로 곰팡이가 자랐고, 나머지 절반과 패티 일부분에는 검푸른 곰팡이가 반점처럼 군데군데 피어났다.
부패 속도는 왜 다를까…햄버거 회사가 답했다
실험군으로 정한 각 브랜드에서도 매주 공개되는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관찰 결과 대다수 햄버거는 본지가 예상했던 것보다 부패 속도가 훨씬 빨랐다. 변화 폭이 큰 파이브가이즈 측은 이에 대해 "냉동품을 전혀 쓰지 않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식재료 상태를 점검하며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제조사들도 번과 야채, 패티 등의 재료에 식품 보존료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했다. 현재 KFC와 맘스터치, 롯데리아, 버거킹 등은 같은 브랜드의 번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와 파이브가이즈 등 글로벌 본사를 둔 제조사는 자체 계약한 업체를 두고 있다. 제조사들은 버거마다 곰팡이가 피어나고 확산하는 속도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제품에 들어가는 원재료 구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불고기버거가 상대적으로 늦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데 대해 롯데리아 측은 "모든 원부재료를 살균, 멸균, 가열처리하기 때문에 곰팡이를 자라게 하는 미생물 수가 적다"면서 "타사 실험군과 달리 토마토나 피클 등 수분 함량이 높은 재료도 들어가지 않아 미생물이 생육하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변질 속도가 느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치킨류 패티를 쓰는 제품은 튀김옷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토마토나 야채 등의 수분이 패티 대신 번에 집중적으로 흡수돼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고온의 철판에서 굽는 소고기 패티도 육즙을 머금고 있어 번이나 다른 재료의 부패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이 밖에 우유를 발효해 만드는 치즈도 상온에 노출되면 다른 재료의 부패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를 대입하면 치즈와 소고기 패티, 토마토, 각종 야채 등이 두툼하게 들어간 파이브가이즈의 베이컨치즈버거는 미생물이 생육하고, 번식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는 패티와 양상추 등 재료 구성이 상대적으로 단출하다. 다만 맥도날드 빅맥은 소고기 패티 2장에 피클과 양상추까지 수분 함량이 높은 재료가 들어가고, 치즈까지 얹어 미생물이 생육하기 쉬운 조건이지만 부패 속도는 현저히 더딘 상황이다. 맥도날드 측은 "자사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들이 동일한 공급사를 통해 패티와 번, 채소 등의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며 "실험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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