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 사육곰의 참혹한 모습 [임성희의 환경리포트]
[임성희 기자]
▲ 철창에 갇힌 곰들 |
ⓒ 녹색연합 |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필요하지만,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보이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이런 참혹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육곰은 웅담(곰 쓸개를 건조시켜 만든 약재)을 비롯해 신체 부위를 이용하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곰을 말한다. 동물원 등에서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곰과 구분된다. 정부가 각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20년째 복원에 힘쓰고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과 그 처지와 운명이 구분됨은 물론이다.
멸종위기 반달가슴곰은 왜 사육곰이 되었나?
1981년 정부는 농가 수익에 도움 된다며 재수출용 반달가슴곰 수입을 권장했다. 사육되던 과정에서 웅담을 채취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곰 요리도 암암리에 판매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멸종위기종 곰을 학대하며 사육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1985년 곰 수입은 금지되었다.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게 된다. 이 협약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간 거래를 금지한다. 재수출용으로 수입되던 곰들의 판로가 막힌 셈이다.
그러자 농가의 곰은 본격적으로 웅담과 쓸개즙 채취용으로 사육되는데, 1999년 정부는 곰 수입 농가의 손실을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24년 이상 노화된 곰의 웅담 채취를 합법화했다. 2005년 이 연한을 낮췄는데 태어난 지 10년 지나면 도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곰 수입은 중단되었지만 꾸준히 증식되어 2000대 중반에는 1400여 마리에 달하게 된다.
▲ 불법증식된 사육곰의 발톱이 빠져있다. |
ⓒ 녹색연합 |
일반인 87.1%가 웅담 채취 목적의 곰 사육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상식이 무엇인지 확인해 주었다. 사육곰 농가의 80%는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곰사육 폐지정책에 동의하고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녹색연합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발생한 사육곰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고, 사육곰 농장주와 환경부를 설득해 '민관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수의사와 법률가, 환경단체들이 합류하고, 국회의원들도 협력해 '사육곰정책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환경부는 2012년 '사육곰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를 진행했고 관리방안으로 ▲ 증식금지 후 개체 감소 유도 ▲ 증식금지 후 단계별 매입 ▲ 전량 매입 ▲ 학술 기증 및 곰 공원화 지원 ▲ 증식금지보상비 지급 ▲ 곰 보호소 설립 등의 안이 도출되었다.
여러 방안 중 정부가 모든 사육곰을 전량 매입해 관리하는 안이 사육곰 폐지 정책의 취지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고 농가의 호응도 높았지만, 정부는 '영리목적의 곰사육사업의 사적 재산 가치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증식 금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암수의 생식기능을 없애는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곰 개체수 증식을 막아 곰 산업으로의 신규 개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 예산 55.7억 원이 투입되어 2014년 389개체를 시작으로, 2015년 557개체, 2016년 21개체 총 957개체에 대한 중성화수술이 완료된다.
동시에 사육곰 전체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관리를 통해 사육곰 불법 도축으로 웅담이 유통되는 사례를 막고, 출생이나 다른 용도로의 전환, 양도, 양수, 폐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그럼에도 확인되지 않은 불법 증식 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성화 수술 이후 사육곰 증식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당시 남아있던 660여 마리의 곰은 사실상 농장에 방치된 채였다.
죽어야만 나올 수 있었던 철창 안에 갇힘 곰
열악한 상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육곰의 비참한 소식을 알게 된 시민들은 곰을 구출하기 위한 모금에 참여했다. 2013년 첫 모금이 진행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대형 포유류인 사육곰을 받아줄 기관이 없어 구출하지 못했다.
종복원기술원, 국립생태원, 전국의 크고 작은 동물원까지 사육곰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던 중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서 3마리를 임시로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8년에 새끼 곰 4마리 중 3마리(이름이 없어 온라인 투표로 반이, 달이, 곰이라 지었다)를, 2019년에 남은 1마리(들이,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어준 이름)를 구출하게 된다.
▲ 시민들의 모금으로 구출되어 청주동물원에 머물고 있는 과거의 사육곰 |
ⓒ 녹색연합 |
2022년 1월 환경부는 2026년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23년 12월 야생생물보호법을 개정해 웅담 채취용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법제화했다.
2026년부터는 누구든지 사육곰을 소유하거나 사육할 수 없고, 웅담도 양도, 양수, 운반, 보관, 섭취할 수 없게 되었다. 2025년 말까지 사육곰의 도살과 웅담 채취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불법적인 약물을 사용해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에 의해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과 비슷한 공간인 생츄어리(Sanctuary·야생 동물 보호구역)를 구례군과 서천군에 조성 중이나, 현재 계획 중인 보호시설 규모로는 남은 곰의 절반도 수용이 어렵다.
구조될 사육곰을 누가 어떻게 매입할지 정해진 것도 아니다. 몇몇 민간단체에서도 사육곰을 구조해 국내외 보호시설로 보내거나 직접 보호시설을 만들어 운영 중이나 여전히 곰을 위한 해방일지는 완료되지 않았다. 다가올 구출이 빨리 도래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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