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신인왕’ 유현조 “목표 다 이뤘다. 내년은 다승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다 이뤘다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KLPGA투어 ‘루키’ 유현조(20·삼천리)의 올 시즌은 그냥 성공이 아닌 대박 성공이다. 올 시즌 꼭 해내고 싶었던 우승에다 신인왕까지 차지했기 때문이다.
유현조는 지난 9월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올 시즌 일정이 3개 대회가 더 남아있는 시점인 지난 20일 폐막한 KLPGA투어 상상인-한경와우넷 오픈을 마친 뒤 신인왕을 확정했다. 그만큼 독보적 활약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유현조는 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투어 데뷔 전까지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강했다. 그런데 체력적인 부분이나 조급한 마음 때문인지 성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안 나왔다”며 “그래서 좀 더 과정에 신경 쓰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랬더니 성적이 점차 좋아지면서 우승에다 신인왕도 차지하게 됐다. 목표는 일단 다 이룬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유현조가 신인왕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자신감과 엄청난 연습량이었다. 그 자신감의 근간은 그동안 세웠던 목표를 다 이뤄낸 지난 3년간의 커리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세웠던 목표 중 이뤄내지 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유현조는 “첫 번째 목표는 국가대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메달 획득은 목표가 아니었음에도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라며 “그다음은 정규투어 정회원이랑 시드전 통과였는데 그 또한 해냈다. 내친김에 우승과 신인왕까지 ‘목표 달성’ 도장깨기에 연속해서 성공했다. 내년에도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올 시즌 아쉬운 부분이 유독 많다. 초반에 잘하다가 중간에 무너지는 그런 상황이 한두 차례가 아녔다. 그럴 때마다 끈기 있게 하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했다. 또 하나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100m 내외의 웨지샷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숙제다.
유현조에게는 ‘유쾌한 현조씨’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밝은 표정과 유머러스한 말투 때문에 붙여졌다. 경기 스타일도 평소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동반자가 선배일 때와 상위권에 있을 때는 사뭇 진지해진다.
그는 “캐디 오빠랑 재밌게 치려고 한다. 동반자가 친구들이면 즐겁게 라운드를 하려고 하는데 언니들이랑 칠 때와 상위권에 있을 때는 진지한 모습이 된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제 본래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유현조는 얼마나 통통 튀는 캐릭터인지는 다음 발언으로 충분히 가늠된다. 자신의 야디지북에 ‘야구 스타’ 김도영 선수 사진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기아 타이거즈의 찐팬인 그에게 기아의 한국 시리즈 우승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유현조는 “좋기야 좋은데 제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제 오빠가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게 아니라서 내가 우승한 것처럼 엄청 좋은 건 아니었다”라며 “응원은 하더라도 좀 더 내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현조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마친 2023년 10월에 기아의 홈구장인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자로 나선 바 있다. 원래는 투수 윤영철의 팬으로 알려졌는데 데뷔 첫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아 타이거즈 선수 중에서 골프 레슨을 해주고 싶은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에 “김도영”이라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유쾌함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는 또 있다. ‘신인왕 확정과 생애 첫 우승 순간 중 어느 쪽이 더 기뻤는가’라는 질문에 유현조는 “신인왕은 원래 내 거라서 확정됐을 때 ‘그랬구나’, ‘드디어 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한 뒤 장난이라며 파안대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연히 우승 순간이 더 기뻤다”고 부연했다.
그는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계획도 밝혔다. 유현조는 “올해 처음으로 한 번도 안 쉬고 시합을 다 나와 힘들다”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상당히 많이 높여야 할 것 같다. 또 웨지샷 연습을 좀 더 해서 많은 버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 그래서 다승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유현조는 올 시즌을 엄마와 함께했다. 바꿔 말하면 엄마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것이다. 여느 모녀지간과 마찬가지로 유현조와 엄마도 트러블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십중팔구는 딸의 일방적 투정에서 비롯됐다.
유현조는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투정을 진짜 많이 부린다. 그래서 많이 혼나기도 한다”면서 “일년 내내 나를 따라다니면서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도 엄마의 생활이 있을 텐데 그 모든 걸 포기하고 내 뒷바라지를 했다. 미안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물론 고마운 분들도 많다. 그는 “우선 팬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메인 스폰서 삼천리그룹의 이만득 회장님과 국가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를 지도해주신 권기택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뜻을 전했다.
유현조는 대회가 없을 때는 20대 초반 일반 여성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넷플릭스 시청하기, 강아지 보기(산책은 안 함), 야구 보기, 친구들과 수다떨기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골프채만 잡으면 확 달라진다. 유현조는 “내년에 몇 승을 할지는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올겨울 연습량을 보고 차차 말하겠다”고 웃으며 “일단은 시즌 최종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부산에서 열리는 이벤트 대회 위믹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내가 좋아하는 부산 여행으로 재충전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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