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美대선] 트럼프가 몰고 올 '강달러 시대'…한은 통화정책 '고차방정식'
통화 안정화 정책에 기울어질 무게
한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본격적인 '강달러 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 경제에 가해질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막 시작된 참이지만 결국 통화 안정화를 위해 인하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6.6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4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지며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6일에는 고가 기준 1404.5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22년 11월 7일 1413.5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효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을 받게 되고, 환율도 1400원을 넘어 142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당선으로 급진적 관세 및 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 추가 상승할 여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 공약은 '관세 폭탄'이다. 그는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법'을 연장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내부적으로는 세금을 낮추고, 외부적으로는 관세 부과를 강화해 세수 감소를 보완하는 방향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1400원대 강달러 추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 기조를 통해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무역적자 해소를 원하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계속 넣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결정에 환율 변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는 점도 환율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열쇠를 쥔 한국은행이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들어간 만큼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치솟는 환율이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지만, 동시에 내수경기 침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 역시 올라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린다. 실제 지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45%까지 급등했다. 대외 수출 위축도 불가피하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 글로벌 무역환경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특히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고 중국과의 교역의존도가 큰 국가들의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간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세엇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한은은 우선적으로 통화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속도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 환경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오히려 성장성이 훼손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정책, 통상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이 수입물가를 통해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국 전망에서 더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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