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미미’ 서선영과 황수미, 고르기 어렵네
창단 39년만에 첫선… 젊은 실력파 성악가들 대거 캐스팅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슬픈 사랑과 따뜻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낭만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3편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창단 39년을 맞는 서울시오페라단과 ‘라 보엠’은 이상하게도 인연이 없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이후 처음으로 ‘라 보엠’을 올린다. 지난해 2월 박혜진 단장 취임 이후 매번 눈길을 끄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에도 스타 성악가들을 대거 불러모았다. 미미 역은 서선영(42)과 황수미(38),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40)과 김정훈(36),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42)과 김태한(24)이 출연한다.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혜진 단장은 “‘라 보엠’은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인물에 맞게 젊은 실력파 성악가들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라 보엠’에서 근래 국내 공연에서 미미 역을 양분해온 서선영(40)과 황수미(38)가 더블캐스팅돼 오페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두 소프라노가 같은 작품에 캐스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콘서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두 여주인공인 백작부인과 수잔나로 두 사람이 각각 캐스팅된 적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됐었다.
두 소프라노는 독일 유학에 이어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독일어권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한 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전문 연주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선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로베르트 슈만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으며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스위스 바젤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유럽의 여러 무대에 섰던 서선영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리고 황수미는 서울대를 거쳐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으며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독일 본 극장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유럽 무대에 섰던 황수미는 현재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선영은 “그동안 ‘라 보엠’의 미미 역으로 많은 무대에 섰지만, 나보다 어린 로돌포(문세훈)와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웃으면서 “젊고 실력 있는 성악가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새로운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이분들을 보면서 예전의 내가 느꼈던 설렘이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황수미 역시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으로 올리는 ‘라 보엠’에 출연하게 돼 기쁘다. 젊은 예술가들을 다룬 작품을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연습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전했다.
‘라 보엠’의 미미는 가난한 로돌포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폐병으로 쇠약해진 끝에 죽게 되는 인물이다. ‘내 이름은 미미’ 등 아름다운 아리아로 유명하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색의 리릭 소프라노에게 어울리는 역할이다. 서선영은 “미미는 내가 맡을 수 있는 오페라 캐릭터 스펙트럼 가운데 가장 가벼운 역할이다. 내 음색이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지만 좀 더 무거운 음색의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에 가깝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황수미 선생님과 함께 연습하면서 미미 역에 이상적인 음색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표현력도 뛰어나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수미는 “나 역시 처음으로 서선영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면서 “그동안 미미를 많이 연기했기 때문에 ‘라 보엠’이 쉬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프로덕션이 바뀔 때마다 캐스팅이 다른 만큼 성악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흔히 미미는 내성적인 성격에 몸도 마음도 병약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하지만 ‘라 보엠’이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에 속하는 만큼 최근엔 캐릭터들의 감정을 좀 더 격렬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연출된다. 이번 프로덕션을 연출한 엄숙정 연출가 역시 마찬가지다. 서선영은 “나는 소리의 음색이나 개인적인 성격상 드라마틱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편이라 그동안 미미를 연기할 때는 조심스럽게 연기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엄숙정 연출가는 ‘라 보엠’이 베리스모 오페라인만큼 캐릭터를 드라마틱하게 연기하도록 했다. 미미 역의 내가 감정을 토해내는 것을 제어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제까지 연기한 미미 가운데 가장 나다운 미미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황선영은 “엄숙정 연출가 미미는 단순히 병약한 캐릭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강한 인물로 해석했고,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한다”면서 “그래서 상대 로돌포(김정훈)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생겨나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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