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근로자의날도 '빨간날'?…내수 '빨간불' 끄기 총력전
정부와 국회 모두 연간 공휴일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부진한 국내 소비를 끌어올리고 근로자들의 휴식권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휴일 확대 관련 법안은 총 6개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윤호중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모두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헌절은 2008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근로자의 날(노동절)과 어버이날을,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1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요일제 공휴일’에 초점을 맞춰 제도 개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도 발주한 상태다. 지금은 공휴일이 특정 날짜로 지정돼 있는데, 이를 ‘○월 ○번째 월요일’ 등 특정 요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휴일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여행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일본 등이 이같은 방식으로 공휴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어떤 공휴일을 요일제로 전환할지 제시되진 않았지만, 위성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선 어린이날(5월1일)을 5월 첫 번째 월요일로, 현충일(6월6일)을 6월 첫 번째 월요일로, 한글날(10월9일)을 10월 두 번째 월요일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국회가 공휴일 확대에 적극 나서는 배경엔 내수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매판매는 전기 대비 0.5% 감소해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률은 9~10월 2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 자칫 경기 둔화에 빠질 위험이 있다.
만일 공휴일이 늘어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다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이 하루 생겼을 때 발생하는 소비지출액은 2조4000억원으로, 이를 통한 생산유발액은 4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은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문화관광연구원도 대체 공휴일 1일로 연간 국내여행 소비액이 4318억원, 국내 여행횟수가 333만9000회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다만 공휴일 확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있다. 우선 중소 제조기업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조업일수가 감소하면 생산과 매출액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수 진작 기대와 달리, 해외여행만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최근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하는 등 해외여행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반대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공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유급 공휴일 규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의 워라밸(일·생활 균형) 요구에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보완책 없이 공휴일만 늘었을 때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기대한 만큼의 소비 진작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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