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 그린벨트 풀렸다"…호가 800만원 찍은 서리풀

김원, 노유림, 오욱진 2024. 11.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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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 및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한 5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개발제한구역 모습.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그린벨트 해제 구역 가운데 최고 관심은 서초구 서리풀지구(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우면동 일대)였다. 정부는 서리풀지구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2만 가구의 주택을 2031년까지(첫 입주)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 방문한 서리풀지구 일대는 곳곳에 펜스와 비닐하우스만이 보일 뿐 인적이 드물었다. 청계산 원터골 입구로 가는 길에는 ‘청계산 옛 윈터골 땅 팝니다. 급해요’라고 쓰인 푯말 등이 눈에 띄었다. ‘강남 생활권’이지만 여전히 도시와 시골 풍경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이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될 때마다 유력 후보지로 지목됐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80대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강남 도심과 멀지 않은데다 서울에서 분당(판교)으로 가는 길목”이라며 “수년 전 한 대기업이 대규모 연구시설 부지로 점찍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신규 택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또 다른 공인중개사 한모씨는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공급난 해소를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할 당시에도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생각했던 규모 이상으로 훨씬 넓은 지역이 해제 구역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8년과 2020년 서울 주택 공급부족 우려에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야 할 보물 같은 곳”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개발 기대감이 수년째 이어지다보니 일대 땅값은 이미 많이 오른 상태다. 주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이 지역 전답 시세는 3.3㎡(평)당 평균 300만~400만원이며, 일부 대로변 등은 호가를 3.3㎡당 700만~800만원까지 부르기도 한다. 중개업자들은 “기존에 땅을 가진 사람들은 보상을 받는 게 더 유리할테니 이제는 안 팔려고 할 거다”며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면 지금보다는 크게 오른 가격이 매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방문한 서리풀지구 일대는 주변 미개발지가 임야로 남아 곳곳에 펜스와 비닐하우스만이 보일 뿐이다. 노유림 기자

정부는 서리풀지구에 신분당선 정차역을 추가한 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개발할 계획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가 서리풀지구와 붙어있는 내곡지구 아파트값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는 “청계산입구역 일대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허허벌판에 덩그라니 놓인 ‘외딴 섬’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그린벨트가 해제돼 2만 가구가 입주하면, 인구가 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동네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초구 신원동 내곡지구의 서초포레스타 3단지 전용면적 59㎡(5층)는 올해 1월 10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12억1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이 상승했다. 이번 개발계획 발표 직후 인근 중개업소에는 “내곡지구 아파트값이 더 오르는 것이냐”는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이곳은 서초구와 판교를 잇는 길목에 입지해 일자리가 많은 서울 강남권은 물론, 판교 등의 직주근접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다”며“이번 개발 계획을 통해 기존 아파트 단지도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정부 발표를 노린 투기 수요가 이미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분 쪼개기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서초구 세곡동과 내곡동 그린벨트 지역의 전체 거래 내역 169건 가운데 80건(47.3%)이 지분 매매로 드러났다. 공인중개사 장모씨는 “최근에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묻는 전화가 있긴 했지만, 거래가 활발하진 않았다”면서 “과거에 지분 쪼개기를 노린 기획부동산이 휩쓸고 간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잠잠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가 지난 8월 그린벨트 해제를 예고한 이후 여러 후보지가 떠올랐지만, 이 중에 서리풀지구가 최종 낙점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7일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양재역 등이 있어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경부고속도로·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도 있어 주변 지역 이동이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에 2만 가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규모”라며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나온다면 서울 안에서의 수요 분산 효과가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노유림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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