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난 이 사람, 또 장관 맡나…트럼프 2.0은 '예스맨 내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돌아온다. 잦은 인사 교체로 좌충우돌하던 집권 1기와 달리 2기에선 안정적인 내각 운용이 가능할까?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백악관 요직과 외교·안보 및 경제·무역 부처의 수장에 누가 오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 전문가 사이에선 “트럼프의 생각을 거스르지 않는 ‘예스맨’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외교·안보의 경우 1기 때만 해도 트럼프의 동맹 경시 기조를 바로잡아주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이른바 ‘어른의 축’이 정부에 참여했지만, 이번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추종하는 측근 위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와 충돌이 없어 장관 임기 보장 등 안정성 면에선 1기 때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신정부의 의중을 간파하기 위해선 정부가 유력한 후보군과 연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가 계속되는 등 격화된 국제 정세로 인해 정권 초기부터 한반도 이슈가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단 우려에서다.
외교안보 사령탑에 오브라이언 등 물망
이미 하마평은 무성하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카운터파트이자 미 외교·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도 여럿 오르내린다. 1기 때 마지막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을 비롯해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DNI), 릭 그레넬 전 DNI 대행,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가 직접 검증했던 베테랑들이 주로 거론된다.
국무부 장관 후보로도 꼽히는 오브라이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실상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노선의 밑그림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6월 포린어페어스에 ‘힘을 통한 평화의 귀환(The Return of Peace through Strength)’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중국과 경제 관계를 단절하고(decoupling), 중·러에 맞서 1992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까지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군만으로는 중국·러시아·이란을 억제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세계 자유 국가들의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을 경시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론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련해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정부에 국방비를 더 쓰라고 트럼프가 압박해 나토가 더 강해졌다”며 옹호했다.
트럼프의 ‘골프 친구’ 중 한명인 랫클리프는 하원 정보위원회 등 주로 정보 분야 이력이 많다. 그래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도 거론된다. 주독일 대사를 지낸 그레넬은 공화당원 중 보기 드문 동성애자다.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미 국무부 대변인,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외교정책 대변인을 지내는 등 전형적인 외교통이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켈로그는 트럼프 1기 때 첫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됐던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려 곧바로 낙마하자 대행한 적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켈로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가 두텁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고 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적극 대변해온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콜비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차기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 전문가인 매트 포틴저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발탁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포틴저가 2020년 대선 직후 ‘1·6 의회 폭동’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사임하면서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는 지적도 있다.
국무장관에 루비오·헤거티 등
국무장관 후보군 중 눈에 띄는 건 한때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다. 대중국 매파인 루비오는 상원 외교위와 정보위에서 주로 활동해 상원 인준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내각은 상원 인준에 가로막혀 무더기 대행 체제를 겪은 바 있다.
1기 때 주일 대사를 역임했던 빌 해거티 상원의원(테네시)도 잠재적 국무장관 후보로 꼽힌다. 그는 지난 9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군의 최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미국의 안보 이익”이라며 “(주한미군은) 이곳(한국)에 배치하는 게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해거티는 콜비와 함께 일본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 안팎에선 “두 사람이 외교안보 요직에 앉으면 일본은 소통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훨씬 올라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코튼·폼페이오, 국무·국방 동시 거론
성격상 국무·국방장관 후보군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인사가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이다. 육군 장교 출신인 그는 방송에서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해 일찌감치 트럼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상원 정보위와 군사위, 대테러 소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만큼 국방장관에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웨스트포인트(미 육사) 졸업생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역시 외교·안보 부처 어디든 기용이 가능하다. 공화당 잠룡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 출마를 곁눈질하다가 최종 불출마하고 사실상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런 만큼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US스틸 인수에 고전하는 일본제철이 지난 7월 폼페이오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였다는 풀이가 나온다.
품페이오는 CIA 국장과 국무장관 재직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여러 차례 접촉하는 등 미·북 정상회담을 이끈 경험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기에서도 한반도 관련 굵직한 업무를 도맡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미 육군 특수전 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론 첫 하원의원 당선자인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 트럼프 1기 말 국방장관 대행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밀러 등도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직후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밀러를 앉혔는데, 최근까지도 “마지막에 아주 잘한 밀러가 있었다. 나는 그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호평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인사 안보여”
문제는 이들 후보군과 한국과의 접점이다. 주호놀룰루 총영사를 지낸 백기엽 한미동맹재단 고문은 “후보군 중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거나 큰 관심을 가진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누가 맡더라도 중동 사태와 이란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일본과의 관계 강화 등에 정책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북핵 문제는 비핵화가 아닌 현상 유지 추구로 흐르면서 한반도 이슈가 더 뒷순위로 밀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수장 후보군에 상원의원이 다수 포진된 것과 관련해선 최종 지명이 어려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연방의원의 공무원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외교가에선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이 됐지만, 민주당과 의석 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상원의원이 내각에 들어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의 대외 정책이 더 신속하고 과감해질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무장관에 기부 큰손들 주목
트럼프 2기 역시 고율의 관세 폭탄 등 매파적 무역 정책이 예고되고 있다. 그만큼 누가 ‘트럼프식 보호무역’의 키를 잡을지도 중요하다. 달러의 위상 강화, 암호화폐 시장 확대 등 금융 정책의 급격한 변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재무장관엔 투자 전문가인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제이 클레이튼 전 증권거래위원장, 래리 커들로 전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베센트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로 선거운동 모금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트럼프는 “강달러는 미 제조업에 재앙”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베센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달러의) 기축통화를 지지한다”며 “그런 만큼 자연스럽게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베센트는 트럼프가 줄곧 펼쳐온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 도입’ 입장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자”라며 “(고관세를 강조하는 건 일종의) ‘확전 후 축소(escalate to de-escalate)’ 전략”이라고 봤다. 한마디로 ‘관세 카드’로 협상력을 높여 무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44억 달러(약 6조1028억원)의 재력을 가진 폴슨은 자신의 플로리다 팜비치 저택에서 대규모 모금 행사를 진행하는 등 큰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폴슨 역시 지난 9월 FT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공약을 월가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대외무역 정상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월가와 워싱턴의 금융정책 베테랑인 클레이튼은 트럼프와 골프를 함께 즐기는 사이이기도 하다. 커들로의 경우 폭스비즈니스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적극 옹호해왔다.
‘관세 폭탄’ 설계자, 라이트하이저 중용할 듯
트럼프의 최측근 경제 책사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재무장관은 물론 상무장관 후보로 자주 언급된다. 그는 트럼프표 ‘관세 폭탄’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발간한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No Trade Is Free)』에선 “중국과는 ‘디커플링’ 수준을 넘어 무역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과격하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은) 방위비로 수십억 달러를 분담하는데, 한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 장벽을 유지하고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종종 트럼프를 화나게 만들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트럼프는 이 책을 극찬하며 대량 구매해 선거 캠프에 돌렸다고 한다.
키스 크라크 전 국무차관(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공동 설립자인 린다 맥마흔, 외식업체 경영자 출신인 레이 워시번 등도 상무장관 후보군이다.
크라크는 국무차관 시절인 2020년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했는데, 이는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이래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인사였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반(反)중국 경제 블록이자 산업 공급망 공동체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주도하는 등 반중 이미지가 강하다.
‘프로레슬링의 대모’로 불리는 맥마흔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후원자다. 1기 때도 중소기업청장을 맡는 등 중용됐었다. 트럼프 정책 참모들이 출범시킨 싱크탱크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연구소(AFPI)’의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
2000년부터 공화당 모금 활동을 해온 워시번은 1기 때 미 정부 개발금융 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CEO를 지냈다. 대통령 정보자문위에서 핵심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기 출범 당시엔 내무장관 후보로도 꼽혔다.
에너지장관에 버검 주지사 거론돼
트럼프가 “화석연료 규제를 폐지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던 만큼 관련 정책을 이끌 에너지장관도 주목된다. 1기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대폭 늘렸던 경험도 있다.
일단 트럼프 캠프 안팎에선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스다코타는 미국 최대 셰일 유전 지역이다. 선거 기간 트럼프는 “(버검은) 내가 아는 누구보다 에너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격찬했다. 버검은 지난달 중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가 자신의 최우선 관심 사항”이라며 “에너지·농업·항공·미래산업(수소 생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버나드 맥나미 전 에너지규제위원장도 후보에 든다. 그는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해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만든 정책집인 ‘프로젝트 2025’의 에너지 부분을 대표 집필했을 정도로 내공이 깊다.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제도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도 하차 케네디, 입각할 수도
민주당 출신 인사의 입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에서 제3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한 뒤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하와이)도 내각에 입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초의 사모아계 하원의원이자 힌두교 신도인 그는 외교 관련 직무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등장한 트럼프 시대의 최대 화두는 트럼프 본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1기를 가장 잘 다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끌던 일본 정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트럼프 정권은 백악관과 대통령 중심주의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각 부처 장관들이 디테일한 사안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인선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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