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국민 앞서 '미쳤냐' 이런 말 하나" 원로들 尹회견 아쉬움

심새롬, 김민정, 김정재 2024. 11.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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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기대보다 우려가, 희망보다 실망이 컸던 140분이었다. 여야 원로와 전문가들은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하나같이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여권 원로들은 윤 대통령의 화법과 태도를 무엇보다 아쉬워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서 ‘미쳤냐’, ‘부부싸움을 하겠다’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나 싶다”며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은 어려운 문자를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쉬운 말로도 품격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미국 제도를 거론하며 ‘인권 유린’을 주장한 걸 두고 윤 전 장관은 “본인이 특검으로 가장 핫하게(뜨겁게) 뜬 사람인데 우리와 다른 미국 얘기를 꺼낸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조금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봤지만 ‘저 사람 하나도 안 변했구나’ 싶었다”며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 생각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장관. 김성룡 기자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스1


한나라당 시절부터 당 상임고문을 지낸 유준상 전 의원도 “대통령이 솔직, 담백하게 얘기하려는 노력은 했지만 듣는 국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을 피해 가는 등 “정치 리더로서 국민감정에 대한 헤아림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국가를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 윤석열의 의지는 읽혔지만, 이번 담화가 하반기 국정운영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데 원로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통화에서 “영부인 문제는 ‘잘못했다’고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에 용서를 구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변명한 셈”이라며 “12살 아래 부인한테 꽉 잡혀 살면서 부인 변명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아내가 순진한 면도 있다”고 한 걸 두고 “결국 국민들을 약 올리는 변명을 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회견이 아니라 문제를 증폭시킨 회견이 돼버렸다”라고도 했다.

‘향후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몰라서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이젠 정말 여권 정치 원로들의 조언을 상시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대철 헌정회장. 김성룡 기자
문희상 전 국회의장. 김경록 기자

문희상 전 국회의장 역시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자꾸 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딱 짚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사과했다. 이런 겉핥기식 사과로는 좋은 결과를 못 얻는다”는 것이다. 문 전 의장은 지난 2015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 꿇고 사과한 일을 예로 들며 “사실관계에 따라 진실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사과”라고 설명했다.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의 평가는 더욱 신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2027년 5월 9일 제 임기를 마치는 그 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오늘 회견으로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대통령이 스스로 날려버렸다”고 혹평했다. 그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 없이 2시간 20분 넘는 시간을 낭비했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라고도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학점으로 치면 ‘B 제로’ 수준의 회견을 했다”는 평가를 했다. 양 명예교수는 “대통령은 단순 명료해야 하는데 지루하게 자기 넋두리를 한다는 인상을 줬다”며 “국민의 체증이 해소되지 않아 앞으로 야당이 무엇을 공개하느냐에 따라 정권이 위태로워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신인섭 기자
양승함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연합뉴스

심새롬·김민정·김정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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