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인데 내장산은 초록빛…'지각 단풍' 관광객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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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늦더위 기승…단풍 늦어져
자치단체마다 이른바 '지각 단풍'을 즐기려는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특색 있는 트레킹(산·들 등을 즐기며 걸어서 여행하는 일) 코스를 준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풍 상황을 확인하며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가을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단풍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단풍이 한창인 수도권·강원도와 달리 남부 지방은 여전히 단풍 진행률이 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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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0월 4일 단풍 시작
올해 설악산 단풍은 1985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늦은 시기에 절정을 맞았다. 지난달 4일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29일 절정에 달했다. 산 정상에서 20%가량 물들 때를 첫 단풍, 80%가량 물들 때를 단풍 절정기로 본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의 평년(1991∼2020년) 기준 첫 단풍은 9월 28일, 절정은 10월 17일 무렵이다. 최원남 설악산 국립공원사무소 계장은 "당초 지난달 20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충 기간 없이 더운 날에서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도 많이 불면서 단풍잎이 빨리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라산도 역대 가장 늦은 시기인 지난달 29일 첫 단풍이 관측됐다. 평년(10월 14일)보다 15일, 지난해보다 19일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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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내장산 트레킹 상품 판매
전북 정읍시는 트레킹 전문 여행사와 손잡고 만든 내장산 트레킹 상품 '내장산 히든로드'를 이달까지 판매한다. 내장산은 내륙에서 단풍이 가장 늦게 물드는 곳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내장산 단풍은 오는 10~15일 절정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광객이 붐비는 가을에 상대적으로 한적하게 수려한 자연경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한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읍시는 단풍철에 맞춰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원일 셰프와 함께 '버섯돈육칼'과 '등뼈버섯콩탕' 등 새 메뉴를 개발, 내장산관광특구 지역 8개 음식점에서 팔거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측은 "전남 지역 단풍 명소인 장성 백암산 단풍은 오는 9~10일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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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단풍 없는 단풍 축제'
지난달 25~27일 대구에선 '제23회 팔공산 단풍 축제'가 열렸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이후 갓바위지구에서 열린 첫 행사였지만, 단풍이 들지 않아 '단풍 없는 단풍 축제'로 끝났다. 팔공산은 6일에야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평년보다 7~10일가량 늦어졌다.
그러나 오는 14일 수능을 앞두고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에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팔공산 인근에서 곤드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단풍 축제 때보다 요즘 더 손님이 많다"며 "앞으로는 축제 기간을 단풍 절정기에 맞춰 조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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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숨은 명품 숲길 5곳 추천
제주도는 단풍 명소로 꼽히는 한라산 둘레길 입구인 천아계곡 주변에 차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주차장을 만들었다. 또 양방향 통행을 위해 계곡 진입로 2.2㎞ 구간 풀을 베고 수목도 정비했다. 천아계곡 주변은 매년 가을마다 탐방객 차량이 몰려 교통 혼잡을 빚었다. 제주도는 제주자치경찰단과 함께 1100도로와 천아계곡 진입로 구간 순찰도 강화할 방침이다.
세종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는 오는 10일까지 단풍 축제를 연다. 단풍나무·은행나무·느티나무·산딸나무 등 2만여 그루가 심긴 이곳 '단풍낙엽 산책길'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출입을 제한하지만, 1년에 한 번 축제 기간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산림청은 단풍놀이에 적당한 숨은 명품 숲길 5곳을 추천했다. 경기도 가평 연인산 명품 계곡길, 강원도 방태산 아침가리 숲길, 충남 예산 백제부흥군길 3코스, 경남 함양 상림숲길,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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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03곳 단풍길 지정
부산시는 단풍이 물든 용두산 일대에서 오는 11일까지 가을밤 데이트를 주제로 '슈야토야 가을밤 팝업' 행사를 열 예정이다. 홍이경 부산관광공사 마케팅기획팀장은 "용두산 단풍을 보러 온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인기 이모티콘인 '슈야'와 '토야'를 활용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이 뒤늦게 단풍으로 물들자 양천구는 이달 초 은행나무·느티나무 등이 밀집한 10곳(10.84㎞ 구간)을 관내 단풍 명소로 지정했다. 서울 강북구 오현로20길, 은평구 봉산 편백나무숲,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 용산구 용산가족공원도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서울시 전역 158㎞ 구간 103곳을 '도심의 단풍길'로 지정했다"며 "이곳을 방문하면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읍·세종·제주·부산·서울·속초·장성·대구=김준희·신진호·최충일·이은지·문희철·박진호·황희규·백경서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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