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책과 길] ‘민주주의의 모델’ 환상 깨진 미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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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끝났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지만 선거전 내내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져 비방과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미국의 시장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모델이 전 세계로 확산되리라 확신했다.
저자들은 대선 결과 불복을 비롯해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의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대법원 등을 "21세기 미국 민주주의가 병들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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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스네가로프·로맹 위레 지음, 권지현 옮김
서해문집, 160쪽, 1만8800원
미국 대선이 끝났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지만 선거전 내내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져 비방과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모델이라는 환상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쓴 책은 미국 민주주의 기원과 발전, 위기를 살피고 미래는 있는지 묻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모순 속에서 태어났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완벽한 공화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권력을 주지 않았다. 원주민과 흑인을 배제했고, 1920년까지 모든 여성도 제외했다. 미국은 백인 남성만의 공화국이었다. 저자들은 “작은 엘리트 집단인 미국의 국부(國父)들은 공화제의 이상을 외치며 마치 전 국민을 대변하는 듯이 행세했다”면서 “이것이 미국 공화국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전쟁 결과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좀 더’ 민주적인 공화국으로 진화했다. 수정 헌법 13조는 모든 노예제를 금지했고, 14조는 모든 국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렇다고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부연합 지역에서는 수정헌법을 피하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을 분리하는 ‘짐 크로 법’을 만들었다. ‘분리하되 동등하다’는 교묘한 소설 같은 사법 논리였다.
1960년대 마틴 루서 킹이나 서굿 마셜 등이 주도한 민권운동이 일어나고 남북 전쟁이 끝난 지 100년 만에 흑인은 완전히 사회에 통합될 수 있었다. 흑인들은 처우가 크게 개선됐지만 빈민층들은 여전히 경제적 소외와 부당한 사법 판결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인 유권자의 표가 선거 결과에 더 반영되도록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이 부활했다. 저자들은 “선거구 재조정은 흑인만 겨냥하고 있다”면서 “인종차별주의적인 미국의 귀환을 말해 준다”고 평가했다.
2001년 9·11 테러는 미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이 됐다. 91년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은 번영의 10년을 보냈다. 미국의 시장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모델이 전 세계로 확산되리라 확신했다. 처음 겪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은 지도자들과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택했다. 민주주의 수호와 확산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다. 오히려 아프가니스탄(2001~2021)과 이라크(2003~2011) 전쟁은 미국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제네바 협약을 무시한 채 적군을 고문하는 등 국제법을 어겼다.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애국법’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개인의 자유를 제한했다.
2020년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조 바이든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듬해 1월 6일 트럼프는 상·하원이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의사당 공격을 지시했다. 생방송으로 방영된 의사당 공격 모습은 ‘민주적 권력 이양’이라는 전통을 조롱했다. 저자들은 대선 결과 불복을 비롯해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의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대법원 등을 “21세기 미국 민주주의가 병들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진단한다.
미국 민주주의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의 국부들은 헌법의 내용을 모호하게 만들어 재해석되거나 수정 조항으로 보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도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탈선을 피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젊은 층의 활력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해답은 가장 젊은 세대가 쥐고 있다”고 말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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