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했을 때 끝이 아니었다… 90세 현역 작가의 인생 고찰

맹경환 2024. 11. 8. 0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무 살 청년은 소설가를 꿈꿨다.

전쟁이 끝나고 군복을 벗었지만 소설을 쓰지 않았다.

모두가 이제 끝이라고 했을 때 그는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번역일을 찾았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포장된 길만이 길이 아니다. 잡초가 무성하고 가시덤불이 발목을 덥고 뾰족한 가지들이 눈을 찌르지만, 한 번만 무사히 그 험한 골짜기를 내 발로 지나가면 두 번째부터는 그 골짜기도 길이 된다. 그것도 나만의 길이 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과 길]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김욱 지음, 서교책방, 280쪽, 1만8000원


스무 살 청년은 소설가를 꿈꿨다.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해 잡지에 응모했다. 당대 최고의 문인 김동리가 심사위원이었다. 1차 예심에 합격하고 한 편을 더 제출해 합격하면 등단할 수 있었다. 그때 6·25 전쟁이 났다. 징집됐을 때 죽음의 공포보다 소설가로서의 미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전쟁이 끝나고 군복을 벗었지만 소설을 쓰지 않았다. 잔인한 전쟁의 경험은 그저 핑계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신문사 기자로 일했다. 퇴직 후 전 재산을 날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재산과 명예, 사회인으로서의 자격마저 상실했다. 일흔이 됐을 때,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글을 쓰겠다’는 꿈을 찾았다. 모두가 이제 끝이라고 했을 때 그는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번역일을 찾았다. 그렇게 아흔의 나이까지 200여권의 책을 번역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도 여러 권 냈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포장된 길만이 길이 아니다. 잡초가 무성하고 가시덤불이 발목을 덥고 뾰족한 가지들이 눈을 찌르지만, 한 번만 무사히 그 험한 골짜기를 내 발로 지나가면 두 번째부터는 그 골짜기도 길이 된다. 그것도 나만의 길이 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