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하게… 때려박은 안전

문수정 2024. 11. 8.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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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QS 충돌 테스트’ 현장 공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 세단인 EQS가 지난달 22일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TFS)에서 진행된 정면충돌 테스트에서 장애물에 들이받은 뒤 차량 앞부분이 잔뜩 찌그러졌다. 시속 64㎞로 달려 충돌한 뒤 EQS는 차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차량 내부 에어백이 가동돼 운전자 안전을 확보했다. 운전석과 뒷좌석 테스트용 인체 모형(더미)은 무사한 게 확인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신차 한 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4년 정도다. 콘셉트를 잡는 것에서부터 최종 출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투입돼 설계하고 조정하고 수천수만 번의 테스트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안전 성능을 검증하는 것은 차량 제작의 핵심 과정 중 하나다.

안전 성능을 확인하고 기술력을 높이는 과정 중 하나로 ‘충돌 테스트’가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는 컴퓨터를 통해 1만5000번의 사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150번의 실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해야 신차로 출시할 수 있다. 벤츠는 최근 한국 출시를 앞둔 2025년형 EQS 전기 세단의 정면충돌 테스트를 진행하며 한국 취재진에 처음 공개했다. 테스트는 독일 진델핑겐의 벤츠 차량안전기술센터(TFS)에서 진행됐다. TFS에서는 하루 3대꼴로 연간 900대씩 충돌 테스트가 이뤄진다.

정면충돌 테스트는 층고가 높은 대형 창고에서 진행됐다. 신호음이 떨어지자마자 주황색 테스트용 전기차가 빠르게 달려 장애물을 들이받았다. 충돌로 인한 굉음이 창고를 울렸다. 순식간에 보닛이 찌그러졌고, 앞바퀴와 보닛 사이에서 몇 초 동안 연기가 피어올랐다. 위험을 알리는 비상등이 깜빡거렸다. 5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묵직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었으나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황은 이랬다. 70m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EQS 테스트 차량이 시속 64㎞로 달려 장애물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앞 범퍼의 40%가량이 장애물과 접촉하도록 설정된 테스트였다. 차량 앞부분이 우그러들었고 손상된 부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중요한 것은 충돌 후 차량의 모습이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이라는 점에서 차량 내부를 살펴봤다.

충돌 테스트에 쓰인 차량의 운전석에는 인체 모형(더미)가 놓여 있었는데, 성인 크기의 더미에는 손상이 없었다. 더미뿐 아니라 도어, 프레임 등 운전자가 탄 부분도 충격에 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벤츠는 차량 전면의 ‘크럼플 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럼플 존은 차량이 충돌했을 때 찌그러지거나 구겨지도록 설계된 부위다. 충격을 흡수해 완충 역할을 해준다. 에어백도 제대로 작동됐다. 벤츠 관계자는 “차가 1m가량 찌그러지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충격량은 90% 넘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운전석 바로 뒷자리의 어린이 모습을 한 더미도 무사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휠과 커튼 에어백, 뒷좌석에는 커튼 에어백이 유리창 등에 부딪히는 2차 충격을 막아줬다.

전기차 사고에서 차량을 탈출하지 못하며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이따금 보고된다. 이번 벤츠 충돌 테스트에서는 EQS의 차량 손잡이가 사고 직후 튀어나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마르셀 브로드벡 벤츠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는 “차가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비상 상황에서는 차 안으로 들어가거나 탑승자가 탈출할 수 있게 문이 열리도록 설계됐다”며 “큰 충격으로 차가 변형돼도 문이 쉽게 열리는 게 중요하다. 문을 여는 힘도 측정한다”고 말했다.

충돌 테스트도 안전을 지키며 이뤄진다. 엔지니어들은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고 차량을 확인하기 전 적외선 카메라로 혹시 모를 화재 위험을 확인한다. 전압 시스템이 차단됐는지까지 확인한 뒤에 에어백, 안전벨트 등이 정상 작동했는지 체크했다. 취재진도 안전을 위해 2층의 난간에서 현장을 내려다 봤다.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충돌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이 멈추는 지점의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고 차체 바닥의 배터리 손상 여부를 정밀 확인했다. 배터리가 탑재된 곳은 충돌 시 가장 안전해야 하는 탑승 공간 바로 아래다. 배터리 안전성을 지키는 게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체 바닥은 고강도 강철 보호막이 탑재됐다.

배터리 안전을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브로드벡 엔지니어는 “차량이 급히 감속하는 등 사고가 임박한 것으로 여겨지면 바로 고전압 시스템이 차단되면서 케이블 등에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며 “시급을 다투는 만큼 이 과정은 1000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순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진델핑겐=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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