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교리 체계화 이전 1세기 복음엔 개인 구원은 없었다”
20세기부터 지금껏 한국교회는 ‘사영리’ 등 전도용 소책자를 주로 활용해 기독교를 전했다. 그렇다면 교리가 체계화되기 이전인 1세기 예수와 제자들은 복음을 어떻게 소개했을까. 신약성경 속 사도행전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놀라운 건 이들이 현대 기독교인에게 익숙한 ‘구원 공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창조와 타락, 구속(救贖) 등으로 요약되는 20세기 복음과 1세기 복음의 차이는 뭘까. 이를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분석한 신간 ‘하나님 나라 복음과 제자도’(IVP)의 저자 노종문(54) 목사를 지난 4일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 목사는 국내 기독 출판계에서 널리 알려진 번역가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변증이란 무엇인가’와 톰 라이트의 ‘악의 문제와 하나님의 정의’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기독 출판사 IVP 대표도 역임한 그이지만 애초부터 목회자나 문서사역자를 지망했던 건 아니다. 엔지니어를 꿈꾸며 198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한 그는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하며 캠퍼스 사역자로 진로를 바꿨다. 졸업 후엔 6년간 IVF 간사로 활동하다 장로회신학대학원를 거쳐 미국 예일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생에게 복음을 전하며 든 근원적 질문, 곧 ‘사람은 어떻게 변화되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다. 이는 이 책을 비롯해 그의 신학과 목회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책은 그가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교회와 기독 단체 등에서 이끈 6주 과정의 세미나 자료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하나님 나라 복음의 정의와 세부 이론, 제자도와 전도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노 목사는 “예수의 사상과 사도의 가르침을 일관된 흐름으로 이해하게 돕는 게 하나님 나라 복음”이라며 “이는 하나님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설계도’와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하나님 나라의 전도와 ‘형벌대속’(刑罰代贖) ‘이신칭의’(以信稱義)로 대표되는 기존의 전도법 간 차이도 논한다. 노 목사는 “1세기 예수와 사도, 동시대인이 품었던 핵심 질문은 ‘하나님이 세상을 어떻게 구원하는가’였다”며 “지금처럼 ‘내가 어떻게 하면 죽어서 천국(낙원)에 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고 했다. “개인의 운명으로 복음을 이해하지 않고 하나님의 우주 창조와 통치, 회복이란 맥락에서 복음을 이해하는 건” 천지 차이라는 얘기다. 또 “예수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서 이미 시작됐고 그분을 믿는 사람은 즉시 그 나라에서 삼위일체 하나님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 이 놀라운 소식이 1세기 예수와 사도들이 전한 하나님 나라 복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전도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21세기에 맞는 제자훈련을 찾기 위해 네비게이토선교회 설립자 도슨 트로트맨과 옥한흠 목사, 기독교 철학자 달라스 윌라드 등 국내외 제자훈련 거장의 철학과 방법론을 검토한 노 목사는 이들 사역의 보완점으로 ‘인격적 접근법’과 ‘성서학 발전 내용의 반영’을 제시한다. ‘대중 집회’와 ‘개인전도’로 대표되는 20세기 전도법은 결과적으론 대성공이었지만 방식이 일률적이고 복음을 구원론의 일종으로 축소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사해문서와 새로운 성경 사본의 발견 등으로 1세기 상황에 대한 정보가 급격히 축적된 현대에선 이들 결과를 반영한 원형에 가까운 복음 전도가 요청된다고 봤다.
21세기형 복음 전도의 한 방법으로는 초대교회 당시 전도 방식이었던 ‘소그룹 공동체를 통한 전도’를 제안했다. 가정에서 모이는 교회 소모임에 불신자를 초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전도의 효과와 결과는 방법 자체가 아닌 기도와 성령의 역사에 달린 만큼 기존 방식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도 목회자와 성경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노 목사의 바람은 “자신을 포함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삶이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나라를 체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는 “(이 바람대로 될 때) 은사에 따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이들이 많아질 뿐 아니라 세상의 칭찬도 받는 한국교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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