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경제 전망의 허실
“경기변동은 불규칙하고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경제학 원리』에 썼다.
맨큐는 아직 소수파다. 경제학자 다수는 경제 예측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여러 세대에 경제학원론을 제공한 폴 새뮤얼슨이 무망한 꿈의 기초를 제공했다. 그는 『경제학』에서 경제학자가 비경제학자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전망에서 과학의 요소가 더 커지리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경제성장률 등 지표를 맞히는 일이 왜 불가능한가. 우선 모델 밖에서 주어지는 외생변수가 너무 많고, 예상하지 못한 외생변수가 종종 새로 끼어든다. 더구나 경제주체의 심리와 행동이 상호작용하면서 경제에 나타나는 변화에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한 줄도 없다.
경제전망 중 ‘허(虛)’는 수치이고, ‘실(實)’은 변수와 대응이다. 수치는 경제주체가 참고하는 정도의 용도로 의미가 있다. 연구기관은 수치보다는 어떤 주요 변수에 어느 경제주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환자에게 “이대로 지내면 혈압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는다”고 말해서 맞히는 의사보다 “고혈압약을 복용할 때”라고 처방하는 의사가 용한 것처럼.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발표됐다. 앞서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망치 0.5%보다 한참 낮았다. 그러자 한은의 분석력을 비판하는 말이 많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국정감사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전망치 오차가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공방 모두 정확한 전망이 가능하다는 틀린 전제 아래 서 있다.
증권사 분석자료처럼 경제전망 보고서 앞에 이렇게 고지하면 어떨까. ‘이 보고서는 참고용이며,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 내 지표 예측의 정확성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무의미한 논쟁을 줄이는 방법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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