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외국인 투자자 기피대상 될수도” 전문가들 경고

황인호,이광수,김준희,구정하,장은현 2024. 11. 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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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2포인트(0.04%) 상승한 2564.63에 장을 마감했다.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금융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미 대선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인해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가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반영하던 시장도 큰 변동 폭을 보이며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트럼프의 생각이 어떻게 정책으로 나타나 (국내시장에) 압력이 될지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정책적으로 어떤 얘기를 제일 먼저 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 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 트위터(지금의 X) 계정에 글을 쓰면 증시와 환율 등이 요동쳤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의 말과 글이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트위터가 하나 나올 때마다 시장이 크게 반응했다. 언제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는 건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이 말은 곧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높은 변동성 속에서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가 추진해온 감세와 국채 발행 등의 재정 정책은 미국 금리 상승 압박과 달러화 강세를 불러오고 이는 원화 약세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때리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가 예상돼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에 언제 투자해야 할지 모를 것”이라며 “기피 대상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노믹스 2.0’의 ‘보편 관세’도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사실 우리 주식시장은 수출 기업들이 끌고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수출 주도 성장이라는 우리의 발전 방식에 부담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당장 다음 달부터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수출이 둔화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자본시장 내지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에서 미국으로의 쏠림이 더 가속화되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세계화 패러다임에서 투자 판단 기준은 비용이었다. 비용이 싼 데로 가는 건데 이게 끝나가면서 돈의 흐름이 기술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미국이 더 매력적이라 돈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대선 결과가 나온 6일(현지시간) 모두 급등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랠리’를 시작한 미국 증시와 달리 다른 글로벌 증시는 사실상 일본을 제외하고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만큼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는 “트럼프가 국내 시장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금리 상승과 관세 부과 우려 때문일 텐데 취임 즉시 시선을 관세로 돌릴지는 미지수”라며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곧바로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국내 시장은 대선 종료 후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도 “시장은 현재 트럼프 당선을 선반영한 상태”라며 “시장의 초점은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향후 실제 트럼프 정책이 어떻게 형성될지를 따져보는 단계로 넘어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시장이 이미 반영됐는지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였지만 어느 정도 변동성이 걷히고 나면 결국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싸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대선 결과는 짧게 반영이 되고 오히려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시장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AI) 산업이 얼마나 더 확장하고 발전할 것이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와 있다고 보는데 이런 것들을 극복하고 전기차 생태계를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 등이 시장을 끌고 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성장 가능성은 ‘글로벌 사우스(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쪽에 있는데 한국인 지나치게 미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며 “미국만 보다가 이를 다 놓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전기차(BYD)만 봐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점 높이고 있다. 러시아도 원래는 한국이 22%(자동차) 정도 시장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60%까지 점유율을 가져갔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이광수 김준희 구정하 장은현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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