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한 마리’에 비상 걸린 광교… 왜, 어디서 왔나

성윤수 2024. 11. 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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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시민 2명, 사슴뿔에 받히는 사고
이틀째 행방 묘연… 이례적 상황에 주민들 불안 호소
어디서 와서, 왜 공격? “발정기 주의”
지난 6일 오전 광교호수공원에 나타난 사슴.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에서 지난 6일 시민 2명이 잇달아 사슴뿔에 받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놓고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도심 공원에 사슴이 등장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사고 후 이틀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어 어디서 어떻게 오게 돈 것인지 등을 놓고 의문도 커진다. 현재 시기가 사슴 발정기여서 공격성이 커진 때라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수원시는 7일 오전부터 소방 당국 등과 함께 경기 수원 장안구 광교산 일대와 영통구 광교호수공원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색에는 시 관계자 10명, 소방 관계자 10명, 경찰 관계자 10명 등 총 30명이 투입됐다. 수색조는 마취총과 그물망을 이용해 사슴을 포획할 방침이다.

시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시민들에게 재난문자를 통해 “광교산 근처에 사슴이 출몰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인근 지역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앞서 전날 오전 1시쯤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에서 귀가 중인 30대 시민이 사슴뿔에 찔려 좌측 복부와 사타구니 등에 상처를 입은 데 이어 오전 5시22분쯤에는 이곳에서 약 6㎞ 떨어진 장안구 광교저수지 산책로에서 60대 여성이 사슴 공격을 받아 다리를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사슴이 출몰한 장소가 산속이 아닌 아파트 단지 인근 공원이라는 점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광교산 가려고 했는데 등산 계획을 취소해야겠다” “(사고를 낸 게) 같은 사슴이 아니라 여러 마리라면 더 큰 일 아니냐. 잠재적인 사슴이 몇 마리인 거냐”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 전문가들도 과거 농가에서 탈출해 야생화 한 사슴이 있긴 하지만, 도심에 나온 것이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금 시기가 사슴 발정기에 해당하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창남 한국사슴협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사슴 산업을 축산화해 가축으로 길렀다. 이번에 출몰한 사슴도 농가에서 탈출해 야생화된 사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농가에서 탈출하는 사슴들이 생겨도 대부분 먹이가 있는 산속으로 간다”며 “도심에 출몰한 것 자체가 특이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광교 인근에는 사슴 농가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다른 지역에서 탈출한 사슴이 수원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슴이 도심까지 내려와 시민을 공격한 것을 두고는 사슴의 발정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손 사무총장은 “대체로 9월부터 12월까지가 사슴 발정기”라며 “본래도 사슴이 야생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발정기에는 예민해지면서 공격성이 극대화된다. 사슴 농가도 이 시기에는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사슴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아직 사슴이 붙잡히지 않은 가운데 출몰했던 사슴이 다시 산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경연 세명대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초식 동물인 사슴의 습성을 생각했을 때 일부러 주택가나 사람이 많은 도심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혹시나 도심에서 사슴과 마주칠 경우엔 다가가지 말고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사무총장은 “사슴을 마주치면 천천히 자리를 피하거나 인근 지형지물에 몸을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어 교수 역시 “사슴뿔은 물론 가까이 다가가면 사슴이 앞발로도 공격을 할 수 있는데 매우 치명적이다”며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슴 목격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사슴이 이미 사라져 포획에 실패했다.

시는 사슴이 포획될 때까지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산불감시 헬기와 열화상 드론 등을 활용해 사슴을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순찰을 다니며 동물 기피제를 살포하고 사슴 농가 사육 수를 확인하는 등 문제의 사슴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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