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트럼프 랠리’…일본만 같이 웃었다
글로벌 증시 희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증시는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과 일본은 오름세를 보였고,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 유럽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와 강한 보호무역 정책이 다른 나라 경제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3.57% 오른 4만3729.9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2.53% 오른 5929.04, 나스닥지수는 2.95% 뛴 1만8983.47을 기록했다. 세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다.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다.
빅테크는 반독점에 대한 압박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뛰었다. 트럼프 당선을 도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는 14.8% 급등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4.07% 상승해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애플을 밀어내고 뉴욕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대표적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시 오를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이날 7만5000달러(약 1억457만원) 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또 갈아치웠다.
주가 급등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기업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내세우는 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마저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책 실현 기대감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행정부와 의회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할 경우 미국 증시 독주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자산운용사 인프라캡은 레드 스윕이 이뤄지면 내년 연말 S&P지수는 지금보다 약 20% 오른 7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랠리’를 시작한 미국 증시와 달리 글로벌 증시는 사실상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6일 코스피(-0.52%)와 중국 CSI 300 지수(-0.50%)·상하이종합지수(-0.09%)·홍콩 항셍 지수(-2.23%)는 전날 대비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고금리 부담, 대중 무역 분쟁 등 우려가 반영되면서 아시아 신흥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한 영향이다.
7일 코스피는 0.04% 소폭 올랐지만, 코스닥은 1.32% 급락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 KLCI, 인도네시아 IDX종합, 인도 SENSEX도 내림세였다. 이날 중국 증시는 반등했는데, 이는 8일 발표 예정인 중국 정부 재정 부양책 기대감 때문이다.
독일 DAX 지수(-1.13%)·영국 FTSE100 지수(-0.07%)·프랑스 CAC(-0.51%) 등 유럽 주요 증시도 돌아온 트럼프 효과에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다. 고율관세 부과와 강한 보호무역주의가 유럽 수출품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주요국 가운데 일본만이 트럼프 당선에 화답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닛케이평균주가는 6일 2.61% 급등 후 7일 약보합세(-0.09%)를 보였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책이 강달러를 불러와 엔화 약세를 만들 거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 우려에 당분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미국 쏠림도 커질 것”이라며 “다만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밀히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배정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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