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학습효과…정부 “통상은 상황별 맞춤 대응으로 간다”

김기환, 김민중, 최선을, 박해리 2024. 11.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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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를 앞두고 정부 관련 부처는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연초부터 준비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한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단단한 바위처럼 유지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대응을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삼기로 했다. 이달 중 금융·외환시장(거시경제금융회의), 통상(글로벌 통상전략회의), 산업(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 3개 분야별 회의체를 가동한다. 부문별로 변동성이 확대할 경우 세워둔 단계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통상 분야를 총괄하는 산업부는 비상근무 체계에 들어갔다. 전날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해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공약을 중심으로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 등 주요 수출 업종에 미칠 영향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안덕근 장관은 7일 업계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물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식의 ‘정중동(靜中動)’에 가깝다. 관세 부과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등 이슈로 홍역을 치른 트럼프 1기 ‘학습효과’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 선제 방안을 마련한다며 우리가 먼저 통상 현안을 거론하는 식으로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상대가 가볍게 치면 우리도 가볍게, 상대가 세게 치면 우리도 세게 치는 식의 ‘팃 포 탯(Tit-for-Tat)’ 전략으로 상황별·맞춤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계 움직임도 빨라졌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각각 최태원 회장, 손경식 회장 명의로 축하 서한을 보냈다고 7일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한국 기업의 우려와 입장을 전하기 위해 대미 네트워크 총동원에 나섰다. 평소 공화당 측 인사와 폭넓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류진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며 네트워킹 활동 중이다.

한경협과 한국무역협회는 다음 달 미국에서 공동으로 ‘아웃리치’(물밑접촉) 활동에 나선다. 한경협이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여는 한미재계회의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사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트럼프 당선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재계 인사들이 만날 예정이다.

세종=김기환·김민중, 최선을·박해리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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