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재무장관 해임…독일 연정 깨졌다
독일 연립정부가 무너졌다. 중국산 전기차에 독일 차가 휘청이는 등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해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의 해임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내년 1월 15일 연방의회에 나에 대한 신임투표를 부치겠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가 재신임에 실패하면 내년 3월쯤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숄츠 총리는 이날 자유민주당(FDP) 대표를 겸하는 린트너 장관을 겨냥해 “자기 소속당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정치적인 잔꾀만 부려 믿음을 배신한 인물”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현재 독일 정부는 2021년 12월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빨강)이 좌파 녹색당(초록)과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노랑)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했다. 세 정당의 상징색을 합쳐 ‘신호등 연정(Ampelkoalition)’으로 불렸다.
사회민주주의를 기본 강령으로 하는 사민당과 친환경 정당인 녹색당, 친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자민당은 경제정책에서는 결을 달리했지만, 동성결혼·대마초 합법화 등 사회정책 관련 강령이 비슷해 연정을 꾸릴 수 있었다. 이런 정책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신호등 연정의 발목을 잡았다. 연정은 원래 코로나19 대응 예산 중 사용하지 않은 600억 유로(약 89조원)를 기후변환기금(KTF)이란 명목으로 전용해 전기차 보조금 등으로 집행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예산전용을 위헌 결정하며, 전기차 보급으로 기후와 경제를 한번에 해결하려는 연정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에 밀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휘청이자, 경제의 키를 잡은 린트너 장관이 건전재정, 기업 감세 및 규제 완화를 해법으로 들고나오며 연정 파트너와 갈등을 빚었다. 이달 초에 이런 내용을 담은 자민당의 독자 보고서가 나오자 현지에서는 이를 ‘이혼 서류’라고 불렀다. 독일 매체들은 “린트너 장관을 해임하면 폴커 비싱 교통장관 등 자민당 소속 다른 각료들도 사임할 것”이라며 자민당의 연정 탈퇴를 기정사실로 했다.
연정 내부 갈등이 노골화하면서 촌극도 벌어졌다. 지난달 숄츠 총리가 자동차 단체 등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열자, 린트너 장관 역시 같은날 다른 경제단체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가졌다. 경제정책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차이퉁(FAZ)은 “신호등 연정은 돈이 아닌 사회정책에 대해선 서로 원만했지만, 돈(재정)과 관련된 문제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숄츠 총리는 일단 녹색당과 동행을 계속하되, 그간 대립각을 세우던 기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와 조속히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재신임에 성공할 경우 녹색당과 소수 정부를 유지하며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 언론들은 러브콜을 받은 기민당 측이 “당장 다음 주에 신임투표를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BBC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유럽 경제와 안보에 불확실성이 커진 지 몇 시간 만에 연정 내부 위기가 유럽 최대 경제를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다”고 평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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