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리셋’ 위기…“대중견제 동맹 필요성 설득해야”
한·미 동맹과 가치 외교에 기반을 둔 윤석열 정부 외교에 동맹조차 거래주의적으로 인식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은 커다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치열해진 미·중 경쟁 등을 고려해 높아진 한국의 가치를 각인시키는 게 현명한 ‘트럼프 2기 활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우방을 규합한 연대의 형태로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트럼프는 강력한 관세 정책을 무기 삼아 직접 중국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강도 높은 미·중 경쟁이 예상됨에 따라 K반도체 등 한국의 산업 역량이 트럼프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는 핵심이 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 외교부 장관 특보, 차관보 등을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달성하는 데 한국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처음엔 무리하게 내세우지만 결국은 실용적인 사업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노심초사하면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위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미는 지난달 타결한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짜리로 첫해 총액을 전년보다 8.3% 인상한 뒤 매년 물가에 연동해 분담금을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12차 SMA를 파기하고 재협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재협상에 앞서 국내 비준 절차 등을 끝마쳐 12차 SMA를 빨리 발효하는 게 중요하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이 트럼프가 중시하는 대중국 견제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대신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통해 북핵 대응을 위한 독자적 역량을 확보하는 등 창의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공고해진 한·미·일 간 안보협력 구도는 트럼프 2기에서도 자산이 될 수 있다. 또 한·일이 방위비나 북핵 대응 등 현안에서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트럼프의 ‘폭주’를 막을 우군이 될 수도 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소다자 협력의 틀 안에서 트럼프의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힘을 합쳐 미국을 결속하거나 길들이려는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으로 선회하지 않도록 묶어두기 위한 동맹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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