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위비 부담 커지나’ 비상…러 ‘우크라전 끝나나’ 표정관리

백일현 2024. 11.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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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이 확정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유럽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을 펼쳐온 만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은 당장 방위비 부담 증가와 ‘안보 우산’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프랑스와 독일은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후 “우리는 더 자주적인 유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과 협력하고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와 25분간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문제도 논의했다. 앞서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이내에 러시아와 타협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면 당장 유럽의 부담이 커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유럽은 이를 EU가 대체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정상들은 7~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트럼프 2기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기존 국제질서 변경을 추구하는 이른바 ‘수정주의 국가’(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트럼프의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부과’ 등 초강경 통상공약에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CNN은 시 주석이 이날 트럼프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7일 축전도 공개했는데 시 주석은 “중·미가 올바른 공존의 길을 걸어 양국과 세계에 이롭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각 축하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건설적인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며 “(취임식이 열리는) 1월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7일엔 푸틴 대통령이 지인을 통해 트럼프에게 ‘비공식적으로’ 당선 축하 인사를 보냈다는 보도도 일축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미국 대선은 우리와 특별한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한 장본인인 트럼프가 재집권함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줄여보려던 이란의 구상 실현이 어려워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고 암살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란 리알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엑스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축하했고, 트럼프와 약 20분간 통화하며 이란의 보복 움직임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네타냐후의 종전 구상에 힘을 실어줄 거란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네타냐후는 이제 자신이야말로 모든 면에서 위대한 승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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