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들어" "무기버려" 북한군 교전 대비 한국어 배우는 우크라군

현예슬 2024. 11. 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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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우크라이나어-한국어 문서. 사진 텔레그램 '작전Z: 러시아 봄의 전사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의 교전과 포로 심문 등에 대비해 병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는 약 2주 전 북한군을 포획하거나 심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가 담긴 책자가 배포됐다.

도네츠크 전선에서 근무하는 한 군인은 책자에 "이곳에 몇 명이나 와 있느냐" "온 지 얼마나 됐느냐"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한국어로 하는 방법이 적혀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우크라이나군이 작성했다는 문건 사진을 일부 공개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임무가 뭐야?' '무기 버려' 등의 한국어 표현과 이를 키릴 문자로 음차한 표기 등이 담겼다. 이날 군인의 발언은 해당 자료가 배포된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과의 대면이 현실이 되면서 긴장하고 있다.

배포된 책자를 받은 병사는 "갑자기 (북한군 파병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우크라이나가 이제 두 개의 핵보유국과 맞서게 됐으니 모두가 '미친 반응'을 했다"고 말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안드레이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북한군이 유럽의 주권 국가를 상대로 공격적인 전쟁에 나섰다는 것을 유럽이 자각해야 한다"며 "이는 서방이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사이 러시아는 확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만이 아닌 돈바스 지역에서도 활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는 1500명의 북한군이 무선 전자 방어 등 드론 전쟁에 필요한 생소한 기술들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에 돌격용 소총,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 유도미사일, 로켓포, 야간 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등도 지급했다.

다만 한국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없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얼마나 전투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치료 후 쿠르스크 전선으로 복귀할 예정인 한 부상병은 "누가 먼저 '평범한 삶'을 찾아 도망 나온 탈영병을 받게 될지 내기하고 있다"며 "전투 경험이 없는 북한군은 다른 러시아군처럼 그저 총알받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 당국이 공개한 감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 30명당 통역사가 1명에 불과한 점 등 불충분한 소통으로 인해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러시아군의 반응도 냉담하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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