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극단적 군사화가 주민 인권 악영향" 러 파병 비판
7일(현지시간) 북한을 상대로 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한국이 북한을 향해 "북한의 극단적 군사화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 10~20대에 불과한 북한군 1만여명을 파병해 사지로 내모는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4차 북한 UPR에는 윤성덕 주제네바 대사를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사는 북한을 향해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고, 부족한 자원을 북한 주민의 민생이 아닌 불법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탕진하며 노동 착취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6월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수임한 이후 북한의 극단적 군사화가 인권 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측면을 많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러시아와 불법 군사 협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민들의 인권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취지다.
윤 대사는 또 북한을 향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이산가족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고,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6명을 신속히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북한에는 한국 국적의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이 억류돼 있다. 이어 "여성과 여아를 포함해 강제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같은 비인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북한 UPR에서 정부가 북한 내 한국인 억류자와 탈북민 강제 송환 문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2020년 이후 북한이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만든 이른바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자유를 억압하는 법과 관행을 폐지하거나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외교부는 "이번 북한의 UPR은 코로나19 이후 국경 봉쇄와 외부 정보 유입 통제 강화 등으로 인한 북한의 고립 심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등 정책 변화, 북·러 불법 군사 야합과 같은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이뤄졌다"며 "이런 변화가 북한의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제출한 사전 질의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한편, 아동에 대한 과도한 형벌 부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인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또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에 담긴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정부가 사전 서면질의를 한 것은 2009년 1차 UPR 이후 15년 만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동료 회원국으로부터 심사받는 제도다. 이번 북한의 UPR은 2009년·2014년·2019년에 이어 네번째다. "북한은 북한 인권결의안 등 유엔 차원의 인권 논의를 주로 배격하지만 모든 국가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UPR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정부 평가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을 유엔 인권 논의에 관여시킬 기회라는 점에서 UPR이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선 이날 UPR에 수석대표인 조철수 주제네바 대사를 비롯해 본국에서 파견된 이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 등 대표단이 참석했다.
UPR에서 각 회원국은 당해 수검국을 대상으로 사전 서면 질의를 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권고 발언을 할 수 있다. 이날 북한의 UPR에는 91개국이 권고 발언을 하겠다고 미리 신청했다. 질의 혹은 권고에 나선 회원국들은 북한의 '3대 악법'을 주로 문제 삼았으며, 미국, 영국, 벨기에 등 다수의 주요 국가가 북한 내 여성 인권 상황 개선도 요구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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