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벤처 협력…플러그인 전략 통했다 [CEO LOUNGE]
J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기준 성적표이다.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5631억원이다. ROE 14.7%, ROA 1.18%로 수익성 지표도 동일 업종 내 최상위권이다.
‘밸류업 모범생’으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12%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데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에 힘쓴 결과다. 또 지방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3분기 배당도 의결했다. 보통주 1주당 현금 105원을 배당한다.
이런 호실적의 중심에 김기홍 회장(67)이 있다. 김 회장은 2019년 취임 이래 회사 주가를 3배 이상 끌어올렸다. 2019년만 해도 5000원대였던 주가는 11월 초 기준 1만7000원대를 오르내린다.
김 회장이 이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만의 ‘금융 산업 강국론’이 있다. 그는 회장 취임 전부터 한국 금융회사도 글로벌 금융사처럼 높은 이익률과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민관학(民官學)계를 두루 거친 이력 덕분이다.
해외 유학파(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로 선진 금융 현장을 지켜봤고 한국에서 교수 생활도 했다. 충북대 교수 시절인 1999년에는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에게 발탁돼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내며 한국 금융 산업의 청사진을 그린 바 있다.
이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KB금융지주 설립기획단장 등을 맡으며 현장 실무 경험도 쌓았다. 2014년부터 JB자산운용을 이끌어오다 2019년 회장에 올랐다.
KB금융지주 설립에 기여하던 시절 그는 국내 금융사는 은행 외 다각적인 수익원을 지속 창출해야 한다는 철학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추게 됐다. 이런 경영 철학은 JB에 합류하면서 꽃을 피운다.
그의 전략 중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플러그인(Plug-In)’ 방식이다. 전기제품을 플러그만 꽂으면 바로 쓸 수 있는 것처럼 JB금융그룹이 취약한 곳은 다른 곳과 제휴해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처음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그룹 전체를 진단해봤더니 주력인 광주·전북은
행 등이 갖고 있는 장단점이 뚜렷했다. 단점은 외부 전문기업·스타트업과 협업해 빠르게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 같은 전략은 해외 송금, 비교 대출, 해외 진출 등에서 줄줄이 성과를 냈다.
전북은행이 2021년 7월부터 네이버페이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현재까지 금융 상품을 함께 설계, 판매하는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발자 역량이 부족한 광주은행은 아예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와 인적 교류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와 핀다 등과 대출 금리 비교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광주은행이 올해 8월 토스뱅크와 협력해 금융권 최초로 내놓은 공동 대출 상품 ‘함께 대출’은 출시 1개월 만에 7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토스뱅크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광주은행과 토스뱅크가 각각 심사해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하고 자금을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지난 8월 27일 상품을 내놓은 이후 2100여건(700억4000만원)이 취급됐다.
김기홍 회장은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토스뱅크와 광주은행 공동 대출은 올해 연말까지 2500억원, 내년에는 최대 1조원 판매가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도 공동 대출 상품을 내놓고 승인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플러그인 전략이 ‘시즌2’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와 단순 사업 제휴를 넘어 지분 투자를 통해 보다 공고한 결속력을 다지고 사업 추진력을 강화하는 개념이다. JB금융지주는 현재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와 외국인 해외 송금 플랫폼 ‘한패스’ 지분을 확보했다. 베트남 금융 플랫폼 ‘인피나(Infina)’와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오케이쎄(OKXE)’, 웹케시그룹 계열사 ‘비즈플레이’와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트업 투자 후 분위기도 좋다.
JB금융은 핀다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경쟁력 있는 비대면 상품,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260만명에 달하는 체류 외국인 관련 서비스도 한패스와 손잡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참고로 JB금융지주는 계열 은행을 통해 주한 외국인 특화 지점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고객 약 57만명, MAU 약 14만명, 2022년 연간 송금액 약 1조4000억원 규모 외국인 해외 송금 플랫폼인 ‘한패스’와 한 가족이 되면서 외국인 전용 대출 등 금융 상품 공동 기획·출시를 하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 역시 플러그인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JB금융그룹은 올해 3월 베트남 금융 플랫폼인 인피나와의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피나는 2018년 설립된 고객 약 130만명, MAU 약 50만명을 보유한 베트남 대표 자산관리 중심 금융 플랫폼이다. 인피나는 JB금융그룹과 손잡고 현재 예금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증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기홍 회장은 “디지털 금융 시대에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생해야 할 파트너로, 금번 투자를 계기로 JB금융그룹은 플랫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연임 가능할까
김 회장은 현재 2연임(총 6년) 중이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JB금융지주는 만 70세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내심 3연임을 노려볼 만하다.
변수는 임원추천위원회다. 임추위는 총 10명으로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인 김 회장은 제외돼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관련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와 있다. 참고로 JB금융지주는 1대 주주가 삼양사, 2대 주주가 얼라인이다. 얼라인이 추천한 김기석·이희승 사외이사가 김 회장이 연임에 도전한다면 어떤 입장을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얼라인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했는데 상당수 관철되고 있고 이사회 진입에도 성공한 만큼 입김은 더 거세질 수 있다”며 “결국 주주가 원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얼마만큼 김 회장이 호응했는지가 연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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