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추락할 때 中 반도체 SMIC ‘불기둥’
과창판 급등했지만…추세 상승 기대 NO
중국이 지난 9월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상하이종합지수를 비롯한 중국 증시가 급등했다. 중국 관영 매체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상승 국면이 시작됐다”며 축제 분위기였다. 주가도 반응했다. 올해 초 2600대까지 무너졌던 상하이지수 부양책이 나온 이후 3489까지 뛰었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어도 3200선을 지키는 분위기다.
투자자를 속상하게 했던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살아났다. 지난 10월 한 달간 ACE 중국과창판STAR50의 수익률은 50%에 육박한다.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 SOL 차이나 육성산업액티브, TIGER 차이나 창판STAR50, KODEX 차이나과창판STAR50, TIGER 차이나반도체 FACTSET 등이 10월 동안 45% 넘는 수익을 냈다. ETF 상위권을 중국 관련 ETF가 차지한 것.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벤치마크 CSI300 지수는 9월 18일 3171에서 10월 8일 4256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부동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3900선까지 밀리기는 했으나 중국 증시가 단기 바닥권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 담당은 “중국 통화 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 의지에 영향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난 2~3년간 밸류에 이션이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담당은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국 제조업 지수와 개별 기업 실적 상승이 확인돼야 해서다. 그는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11월 중순 예정됐다는 점에서 실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中 파운드리 1위 SMIC 사상 최고가
중국 내 ‘핫한’ 종목은 IT다. 수익률 상위를 기록한 중국 ETF에 공통적으로 붙는 명칭이 있다. ‘과창판’이다. 과학 창업판의 약자로 중국 정부가 신흥 기술 기업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기대하며 상하이거래소 산하에 만든 시장이다. 중국 나스닥이라고 불리며 신생 테크 기업이 대거 상장돼 있다. 타 지수 대비 IT, 바이오, 신소재 등 성장 산업 비중이 높다.
중소형주에 대거 투자하는 차이넥스트 지수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부양책 발표 전인 9월 20일에서 국경절 연휴 직전인 30일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지수 중에선 MSCI 중국(30%), 선전종합(29%), H주(항셍중국기업, 27%), CSI300(25%), 항셍(24%), 상하이A(21%), 상하이종합(21%)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소비재도 상승세를 탔다. 자산 시장 반등과 지방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이 영향을 끼쳤다. MSCI 중국의 섹터 구성은 경기재(32.8%), 통신(21.8%), 금융(16.8%)인데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 외 비와이디(BYD), 제이디닷컴(JD.COM) 등 소비재 기업도 포함돼 있다.
조재운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부양책 효과는 IT와 소비재 섹터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IT와 소비재 비중이 높은 MSCI 중국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종목은 반도체다.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가 ‘오만전자’ 불명예를 얻고 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 주가는 크게 뛰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는 2020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7659억위안(약 148조원)까지 불어났다. 부양책 이후 상승장에서만 125% 뛰었다. SMIC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7%로 처음 대만 UMC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2분기에도 3위를 지키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SMIC뿐 아니라 화홍반도체, 웨이얼 반도체, 북방화창 등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중국 증권가는 반도체주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고 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웨이퍼 생산능력(8인치 웨이퍼 환산 기준)은 전년 대비 각각 6%,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중국 본토의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각각 15%, 14% 증가로 전 세계 평균을 앞선다.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점도 반도체주 기대감을 더한다. 지난 10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안후이성 과학기술연구단지를 방문해 “중국식 현대화를 위해 과학 기술이 앞장서야 한다”고 발언해 반도체주 투자 심리에 한 번 더 불을 붙였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접근해도 본토 시장 상승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며 “CSI300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 비율(PER)은 13.5배로 지난 5년 평균(13.8배)보다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정부를 믿기 시작한 가운데, 아직 과열은 시작되지 않았고 추가 자금 유입 여력은 남아 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무시하는 랠리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기업 수익성 숙제
그러나 부양책만 믿고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대책이 더 필요하고, 이런 조치의 대부분은 통화당국이 아닌 재정당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 가능하려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성공적으로 돌파하고, 기업 수익성이 바닥을 찍고 반등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주식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3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낙관론을 일으켰지만, 경제의 근본적 약세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어 투자자와 기업이 (상승장에) 동참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당장 미국 견제도 주가에는 악재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2일부터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對)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내용의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했다. 미국 대선과는 무관하게 중국과의 첨단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기존 관세 10%에 7.8~35.3%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론 내렸다. 관세는 10월 30일부터 향후 5년간 적용된다. 양측이 협상을 이어가면서조정하기로 했지만 이 소식은 중국 증시를 크게 끌어내렸다.
정책이 실질적으로 이어질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특히 2023년 급락 후 최근 급등한 중국 전기차, 중국 클린에너지, 중국 2차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고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증시 영향력이 막강한 개인 투자자 쏠림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전체 투자자 수의 약 99%(거래액 기준으로는 60%)에 달한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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