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단 감독 위해 뛰었다’ 신한은행, 감격의 첫 승…삼성생명에 66-58 승리 [IS 인천]
김명석 2024. 11. 7. 20:56
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이 용인 삼성생명을 꺾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구나단 감독이 건강상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이시준 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맡은 날 이뤄낸 감격의 첫 승이기도 했다.
이시준 대행이 이끈 신한은행은 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과의 하나은행 2024~25 여자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66-58로 승리했다.
개막 3연패 늪에 빠졌던 신한은행은 4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하며 1승 3패로 단독 5위가 됐다. 삼성생명은 개막 4연패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구나단 감독이 지휘봉을 잠시 내려놓고, 이시준 감독대행 체제를 알린 첫날 이뤄낸 승리였다.
이날 오전 신한은행 구단은 “최근 건강검진 이후 건강상 문제를 확인한 구나단 감독이 신속한 치료를 위해 대행체제를 요청했고, 구단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이시준 코치가 대신 지휘봉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선수단도 전날에야 구나단 감독의 상태를 접할 정도의 깜짝 소식이었다. 구단에 따르면 구나단 감독은 이미 시즌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못했고, 이번 시즌이 끝나는 대로 수술대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최근 증세가 좋지 않아 결국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기로 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시준 대행은 “처음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많이 울었나 싶을 정도로 많이 울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운동이나 시합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 마음 잡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프로니까, 마음 다잡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감독님이 편하게 경기를 보시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웃을 수 있게 하자, 당장 이기라는 게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했다”며 “감독과도 통화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라, 시합에만 집중하라’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김진영과 신이슬의 연속 득점이 나오면서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어 1쿼터 중반엔 신지현과 신이슬의 3점슛이 잇따라 터지는 등 1쿼터를 17-9로 앞섰다. 신이슬이 1쿼터에만 7점을 책임졌다.
2쿼터 초반 신한은행은 김진영의 자유투와 이경은의 외곽포로 21-11, 10점 차로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삼성생명도 물러서지 않았다. 키아나 스미스의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피더니, 조수아가 3점슛 2개 포함 홀로 8점을 책임지면서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여기에 김아름의 역전 외곽포에 키아나까지 득점을 보태면서 삼성생명이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신한은행도 곧바로 반격을 펼쳤다. 김진영과 김지영이 중심에 섰다. 점프슛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핀 뒤, 삼성생명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사이 역전 외곽포까지 꽂아 넣었다. 여기에 김지영의 2연속 외곽포까지 터지면서 순식간에 격차를 다시 벌렸다. 전반은 34-26, 신한은행의 리드.
3쿼터는 불꽃이 튀었다. 승기를 굳히려는 신한은행과 추격의 불씨를 지피려는 삼성생명이 치열하게 맞섰다. 삼성생명이 먼저 추격에 나섰다. 키아나가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격차를 좁혔다. 신한은행은 3쿼터 시작 3분이 지난 시점에야 타니무라의 골밑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다.
삼성생명이 조수아의 외곽포로 4점 차까지 추격하자, 신한은행도 강계리의 레이업으로 응수했다. 이후 키아나와 타니무라가 점수를 주고받았고, 이해란의 외곽포에 삼성생명은 이경은의 뱅크샷으로 맞섰다. 3쿼터 종료 직전 강계리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3쿼터는 45-38로 신한은행이 앞섰다.
마지막 운명의 4쿼터. 두 팀은 초반부터 김지영과 이해란이 득점을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맞섰다. 여기에 이두나가 대각에서 던진 외곽포가 터지면서 50-40, 신한은행이 두 자릿수로 격차를 벌렸다. 앞서 3개의 3점슛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던 이두나는 결정적인 순간 마침내 성공시켰고, 결정적인 외곽포에 이시준 감독대행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기를 잡은 신한은행은 차분하게 점수를 쌓아갔다. 신지현과 이경은이 잇따라 공격 제한시간을 거의 다 쓴 시점에 던진 슛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삼성생명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으나,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슬이 외곽포까지 터뜨리면서 신한은행이 59-46까지 격차를 벌렸다.
신한은행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삼성생명이 추격의 불씨를 지필 때마다 번번이 그 의지를 꺾었다. 치열한 경합 상황에선 몸을 내던지는 투지로 맞섰다. 반전은 없었다. 종료 37.9초를 남기고 강계리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3점슛을 성공시켰다.
결국 경기는 신한은행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 전 이시준 감독대행이 선수들에게 했던 주문처럼, 건강상 이유로 팀을 잠시 떠난 구나단 감독이 웃으며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만한 경기로 남았다.
신한은행은 신이슬이 3점슛 2개 포함 12점, 김지영이 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했다. 김진영도 10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더블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타니무라 리카가 9점, 이경은이 7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강계리도 7점, 신지현, 이두나(이상 5점)도 중요할 때 힘을 보탰다.
삼성생명은 조수아가 3점슛 4개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16점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했고, 키아나 스미스가 15점, 이해란이 14점을 각각 기록했다. 배혜윤은 4점 9리바운드 8어시트를 쌓았다. 그러나 집중력 싸움에서 아쉬움을 삼키며 개막 4연패 늪에 빠졌다.
인천=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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