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사회학과 장례식 열렸다…검은 정장 입고 몰려든 학생들, 왜
“사회학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사회학은 영원하길 바랍니다.”
7일 오후 2시 경북 경산시 대구대 사회과학대학 누리마당. 검은색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흰 국화꽃을 하나씩 들고 ‘사회학과 빈소’를 찾았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헌화까지 하는 모습은 실제 장례식과 비슷했다. 주변에는 서강대 사회학과, 부산대 사회학과 등에서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유혜림(사회학과 22학번)씨는 “폐과가 결정됐으니, 학과를 잘 떠나보내자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며 “아쉬움이 크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대학 위기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 결정이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대 사회학과 학생과 교수가 준비한 ‘메모리얼 파티(Memorial Party)’라는 이름의 학술제다. ‘사회학과 장례식’이라는 의미가 담긴 행사로, 대구대 사회학과가 내년 신입생 모집 중지를 앞두고 이날부터 8일까지 이틀간 사회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를 기획한 대구대 사회학과 졸업생 박재범(사회학과 13학번)씨는 “사회학과가 사라지더라도 사회학은 영속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사회학 소멸을 조용히 지켜보는 대신 학과의 사라짐을 추모하고 사회학 가치를 가슴속 깊이 새기자는 뜻에서 메모리얼 파티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45년 만에 사회학과 폐과
대구대 이희영 사회학과 교수는 “전국 대학에서 온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 준 사회학을 추모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대 관계자는 “학과 평가를 통해 신입생 모집 중지학과를 결정했다”며 “다만 현재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체제를 유지하고 전공 수업을 개설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 위기, 기초학문 위기로
사회학과 위기는 대구대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대구가톨릭대는 2022학년도, 경남대는 2023학년도부터 사회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지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률이 감소하면서 대학의 전반적인 이공계 기초학과, 특히 인문·사회학과 중심으로 폐과 절차를 밟는 추세다. 명지대는 지난해 철학과·수학과·물리학과 등을 없앴다. 경남대 철학과는 2014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았고 2021년 8월 마지막 남은 학생 2명이 졸업한 뒤 문을 닫았다. 원광대도 2022년 철학과 폐지를 결정했다.
이날 만난 학생이나 교수는 인문·사회학 등 기초학문이나 비인기학문 위기를 걱정했다. 앞서 폐과를 경험했다는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19학번 강선모씨는 “우리 과가 2023년도 폐과된 경험이 있어서 와봤다”며 “지방 대학이 위기 탈출을 위해 기초학문을 폐과하는 분위기지만 단순히 취업률을 좇아가는 게 맞는가, 기초학문을 포기하는 게 맞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 박재범씨도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대학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은 미래 사회와 학생 수요에 맞도록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교육부 방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한다. 교육부는 대학별 통폐합을 기반으로 한 글로컬 대학을 추진하고 있고, 내년부터 ‘무전공 선발(전공자율선택제)’을 확대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준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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