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방 데려가더니 '케이' 건넸다…강남 유흥업소서 무슨 일이

경찰이 마약 공급책 A씨 은신처에서 압수한 엑스터시·케타민과 현금. 사진 강남경찰서

"이거 '케이'(케타민 은어)지? 케이 소지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경찰서 측에 붙잡힌 남성 A씨(30) 은신처에선 작은 비닐 팩에 소분된 케타민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1.5g 정도 되는 지퍼 팩만 250개였는데, 여기서 발견된 케타민은 총 9000여만원 상당 375g에 달했다. 이는 1만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의료용 마취제 일종인 케타민은 요새 젊은 층 사이에서 '클럽 마약'이라고 불리며 오·남용되는 대표적인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다.

마약 공급책인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강남 유흥업소 직원 B씨(31)에게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 6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A씨에겐 마약 판매 직후 클럽 화장실에서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도 적용됐다. 강남 일대 A와 B씨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경찰에 따르면 강남 한 유흥업소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는 B씨는 금요일인 지난달 25일 강남 한 유명 클럽 앞에서 A씨를 만나 케타민 2g과 엑스터시 2정을 샀다. 엑스터시 역시 케타민처럼 '클럽 마약'으로 통한다. B씨는 당일 오후 유흥업소에 도착한 손님을 개별 방으로 안내해 마약류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마약을 판매했다.

B씨는 룸살롱을 예약한 손님에게 돈을 미리 받고 A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손님인 척 범행 현장을 찾아 B씨를 긴급체포했는데, 경찰이 공개한 당이 영상에 따르면 B씨 차량에선 1.6g과 엑스터시 2정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B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소지·판매) 혐의로 지난 4일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경찰은 B씨에게 마약을 구매한 손님 등을 추적하는 한편 B씨가 일했던 업소의 운영자도 마약 투약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뉴스1

강남경찰서는 올해 클럽 등 유흥가 일대의 마약사범 집중 단속을 벌여 A씨와 B씨를 포함해 총 49명을 검거하고 14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49명 가운데 유흥업소 관련자는 접객원·DJ 등 33명(67.3%)에 이른다. 김동수 강남경찰서장은 "강남의 클럽·유흥업소에 대한 마약사범 단속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