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체자 추방'이 히스패닉 표 끌어와… "이제 민주당 텃밭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예상 외 압승 이유로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지지가 꼽히고 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 외쳐도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3세대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거부감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에디슨리서치가 선거 당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트럼프는 직전 대선과 비교해 히스패닉계 지지율을 14%포인트 끌어올렸다. 2020년 선거 당시 32% 지지에 그쳤지만 이번엔 46%로 오른 수치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는 1970년대 이후 공화당 후보 중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히스패닉계는 다른 미국 유권자들처럼 경제 이슈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히스패닉 밀집 지역에서 연설할 때마다 "수백만명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 나는 지금 민주당처럼 내버려두지 않고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경합주 7곳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아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 판세에도 영향을 줬다. UCLA 라틴계 연구소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는 투표권이 있는 히스패닉이 전체 유권자의 약 6%였지만 소득은 훨씬 낮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봐도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백인에 비해 육체 노동자 비율이 높고 대학 학위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라틴계 미국인 단체인 유니도스유에스의 클라리사 마르티네즈 드 카스트로 부회장은 "공화당이 경제 문제에 대한 유권자와의 소통에서 민주당을 앞섰다"며 "이번 대선은 경제에 관한 투표였고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경제는 항상 최우선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와 저소득 일자리를 가져가자 히스패닉계의 불만이 쌓였고 이를 트럼프가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히스패닉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이 있는 2, 3세들은 스스로를 미국인이라 여기고 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인권'을 언급하지 않고 '추방' 등 강경 대책을 내놔도 오히려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낙태권이나 기후위기 등 가치 중심 이슈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올해 대선에서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지안카를로 소포 공화당 미디어전략가는 "젊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에 투표해 온 조부모의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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