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 끝 막판 지지’ 멜라니아…이번엔 백악관 안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4년 만에 다시 영부인(퍼스트레이디)의 지위를 얻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악관에 입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더라도 멜라니아 여사는 워싱턴DC에 상주하지 않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와 뉴욕을 오가며 지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의 ‘패션 정치’가 재개되고, 그가 추진했던 마약 퇴치 및 어린이 대상 인터넷 혐오·차별 근절 캠페인 ‘비 베스트(Be Best)’를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는 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미국으로 귀화했다. 1970년생인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4살 연하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모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1996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2년 뒤 뉴욕의 한 파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그의 구애 끝에 2005년 결혼해 세 번째 부인이 됐다. 이듬해에 아들 배런을 낳았다.
거침없는 언사를 내뱉는 트럼프 당선인과 달리 멜라니아 여사는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말을 아끼며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2015년 5월부터 ‘비 베스트’ 캠페인으로 독자 행보에 나서긴 했지만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이 때문에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렸다. 좀처럼 백악관을 벗어나지 않아 당시 백악관 경호원들 사이에선 애니메이션 여주인공 ‘라푼젤’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은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취임식에서 선보인 스카이블루 슈트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일군 디자이너 랄프 로렌 제품으로, 애국주의와 글로벌리즘을 동시에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해 한국 방문 당시 짙은 자주색 오버핏 코트와 파란색 하이힐로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동시에 패션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허리케인 재해 지역을 방문하면서 굽이 높고 얇은 ‘스틸레토 힐’을 착용해 무신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방문했을 땐 ‘난 상관 안 해, 너는?(I REALLY DON’T CARE, DO U)’라는 문구가 적힌 재킷을 입어 논란이 일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도 멜라니아 여사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부부간 불화설까지 돌았다.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했을 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멜라니아 여사의 얼굴 쪽으로 입술을 내밀며 가까이 다가간 순간 그가 입술 대신 뺨 쪽으로 얼굴을 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결국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 때문에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키스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또다시 불화설이 불거졌다.
‘트럼프 1기’ 때도 종종 불화설이 나오곤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7년 5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당시 남편 손을 탁 쳐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멜라니아 여사는 10월 초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미국 NYT가 전했다.
다만 이번 대선 막바지에는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9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남편이 대통령직에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10월 말 인터뷰에서도 “그는 히틀러가 아니다”며 “사람들이 남편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월 중엔 트럼프 당선인과 나란히 자선모금 행사에 참석했고, 뉴욕시 유세장에 나와 이례적으로 지지 연설도 했다. 회고록에선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멜라니아 여사의 역할은 훨씬 컸다는 관측도 있다.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지난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매우 다정하지만 남편을 꽉 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 CNN 기자는 2019년 저서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언제든 자기 생각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말할 수 있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팔꿈치로 남편 옆구리를 찌를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18년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미라 리카르델 신임 부보좌관의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결국 퇴출당하기도 했다. 2019년엔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 스테퍼니 그리셤이 백악관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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