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위험한 베팅 통했다…트럼프 트레이드 최대 수혜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2024. 11. 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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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뉴욕 증시가 폭등하고 달러화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간 6일 자정 주요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은 뒤 곧바로 플로리다주 팜 비치 컨벤션 센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 연설에 나섰다.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등을 기대한 시장은 금융주, 기술주는 물론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암호화폐 등을 사들이며 가격을 밀어올렸다.

현지시간 6일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6.28포인트, 2.53% 뛴 5,929.04로 6천선에 단숨에 다가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엔비디아, 아마존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여파에 544.29포인트 2.95% 상승한 1만 8,983.47로 올라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하루 1,508.05포인트, 3.57포인트 폭등한 4만 3,729.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내수 소형주로 이뤄진 러셀2000 지수도 5.8% 급등하는 등 이날 주요 위험 자산 가격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0% 급락해 16선까지 내려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와 고도의 관세 정책을 동원할 우려로 인해 채권 금리는 크게 뛰었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14.7bp 뛴 4.435%, 장기물과 단기물 모두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미 재무부가 진행한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경매도 4.608%로 시장 금리를 상회하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교수는 "상하원까지 휩쓸면 채권시장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고, 울프리서치는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4.5%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 최종 집계를 기다리는 하원 선거 결과는 시장의 잠재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대통령직과 상,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윕' 시나리오에 대해 기업의 신용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교적 낮은 시중 금리로 안정적 자금 조달할 수 있던 ‘골디락스’ 환경이 사라지고,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 정책 통한 불확실성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나왔다.

● 차기 정부에 올인한 머스크..트럼프 당선에 하락한 메타

이날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가 4.07% 올라 시가총액 3조 5,700억 달러로 2위 애플과 시총 격차를 2천억 달러 이상 벌리며 전체 기술주 강세를 이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12%, 알파벳도 4.04% 뛰었고, 아마존은 3.18% 올라 한동안 저항선이던 200달러선을 넘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사니타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샘 울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빅테크 수장들은 일제히 차기 정부 탄생을 축하하는 글을 남겼다.

기술주 가운데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수혜 종목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미 대선 개표 결과가 전해진 개장 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이날 하루 14.75% 뛰었다. 반면 지난 2016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보인 메타 플랫폼은 0.07% 약보합으로 이번 트럼프 트레이드에 포함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연설 중 머스크를 향해 “특별한 사람”이라며 “엄청난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일론 머스크는 아메리카PAC을 통해 1억 3천만 달러 상당의 기부금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선거 운동과 유세를 지원하는 등 판세를 뒤집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완전자율주행 기술인 FSD의 연방정부 승인을 얻어 로보택시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 NASA, 국방부 등의 핵심 협력 사업체가 된 스페이스X의 우주 개발과 위성 사업의 안정적 지원을 얻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 유세마다 머스크의 사업 구상에 대해 언급하며 “2028년까지 미국인을 처음으로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내왔다.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가 예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30% 넘게 폭등했고 마라톤디지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도 10% 중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했지만, 시중 금리 상승 우려로 인해 주택, 부동산,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부진했다. 북미 최대 주택 건설사인 D.R.호튼이 3.8% 가량 내렸고, 2위 업체 레너는 4% 넘게 하락했다. 아메리칸타워 등 리츠 업체는 약 7%, 주택 개량 사업에 의존하는 홈디포, 로우스 등은 3% 가까이 하락했다.

● 슈퍼마이크로, 회계 우려 지속..퀄컴은 예상 깨고 호실적

어닝 시즌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한 기업들도 거센 매도 압력을 받았다. 엔비디아와 함께 AI 대표 수혜주로 꼽혔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지난 8월 이후 불거진 회계 부정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이날도 18% 내렸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2025회계연도 1분기 기준 순매출 59~60억 달러로 이전 예상보다 10억 달러 가량 낮췄는데, 이는 컨센서스 65억 달러보다도 낮은 기록이다. 또한 2분기 가이던스 매출액도 최대 61억 달러로 시장 평균 68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불거진 10K 정기 보고서 지연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제출 노력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오는 16일 나스닥에 상장 규정 준수계획을 제출한 뒤 승인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목표가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25달러로 낮췄고, JP모건도 같은 위험을 감안해 비중 축소와 함께 목표가를 50달러에서 23달러로 내렸다.

통신 기기에 쓰이는 핵심 반도체 공급업체인 퀄컴은 지난 분기 시장 예상의 실적을 냈다. 조정주당순익 기준 2.69달러로, 예상 2.59달러를 상회하고 매출액도 102억 4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99억 달러를 웃돌았다. 이 소식으로 장 마감 이후 퀄컴은 8.5% 상승 중이다. 반면 ARM홀딩스는 라이선스 매출이 전년대비 15% 하회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시간외에서 1% 가량 하락 중이다.

하루 뒤인 7일은 이틀 간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 결과가 공개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집계 기준 이번 회의의 25bp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9%로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 변화의 폭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장에 주는 영향도가 더 커졌다. 최근 허리케인과 파업 등의 여파에도 지난 10월 비농업 실업률이 4% 초반을 유지하는 등 미국의 고용 환경이 안정적이고, 3분기 경제 성장률이 2% 후반을 유지하는 등 경기 약화 우려도 크게 줄었다.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역시 연준이 목표로 하는 연 2%에 근접하면서 향후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폭과 방향을 가늠할 파월 의장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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