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기후 약자를 돌보는 N가지 방법
“안녕하세요. 아이 셋을 둔 엄마입니다. 더운 여름날 임신부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마음을 담아 만든 폭염예방키트를 잘 활용해서 예쁜 아기 출산하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올해 대전광역시자원봉사센터에서 마련한 ‘임신부 폭염예방키트’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쓴 손편지가 하나씩 담겼다. 지난 4월부터 석 달간 20가족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키트는 수딩젤, 유기농 보리차, 미네랄 소금사탕, 쿨스카프 등 더위를 이겨내는 데 필요한 물건들로 채워졌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마련한 키트는 지역 보건소를 통해 임신부 160명에게 전달됐다.
자원봉사, 기후 약자를 돌보다
임신하면 체온이 평소보다 0.2~0.5도 높아진다. 체온 조절 능력도 떨어져서 여름이면 더위를 더 타게 된다. 임신부가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면 태아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조산 위험도 커진다. 정은혜 대전광역시자원봉사센터 대리는 “우리 사회에 아직 임신부가 기후 약자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이런 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기온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자원봉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정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놓인 기후 약자를 발견하고, 직접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에서는 전통시장의 노점상인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전통시장은 대부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바닥 위에 조성돼 있어 지열이 쉽게 식지 않는다. 천막조차 없는 야외에 자리를 잡은 노점상인들은 그늘을 피할 방법이 없어 한여름 땡볕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
제천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7월 전통시장 노점상인을 위한 폭염예방키트를 만들었다. 손선풍기, 쿨토시, 식염 포도당 등으로 구성된 꾸러미 200여 개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제작해 고령의 상인들에게 전달했다. 김승희 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80대 어르신들이 파라솔도 없이 뙤약볕에 앉아 계셨다”면서 “폭염예방키트를 드렸더니 ‘신기한 냉감 용품이 많다’면서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시민 300여 명이 모은 무더위쉼터 데이터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지난 6~8월 ‘숨 쉬는 무더위쉼터 만들기’ 챌린지를 했다. 정부가 지정한 무더위쉼터를 직접 방문해서 냉방시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는 지도상 위치와 실제 위치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했다. 데이터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하나의 플랫폼에 모았다.
시민 300여 명이 572곳을 방문해 54개의 개선점을 확인했다. 김선용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팀장은 “공공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시민들이 메우고 있다”며 “이번 챌린지에서 수집한 자료를 행정안전부에 전달해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 기후가 지속되면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국가나 기업만의 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가까운 곳에서 시민들이 서로를 돌보는 시민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순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은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는 늘어날 것”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은 지역의 재난약자를 찾아내고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버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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