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끌어온 며느리, 아들은 잠재적 대선주자…강해진 트럼프 가문 [트럼프 당선]

임선영, 조수진 2024. 11.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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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공식 수락하는 전당대회엔 트럼프의 가족이 총출동해 무대를 가득 메웠다. 트럼프 집권 2기에 '가족 정치'가 재현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대선 중에도 "가족 사업으로 미국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트럼프가(家)'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또다시 정치권력의 중심에 서며 '트럼프 왕조' 구축에 나설 것"(더힐)이란 전망이 무성했다.

지난 7월 18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 장녀 이방카 부부, 차남 에릭 부부, J D 밴스 부부 등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강경 보수에 충성도 더 높아져"


사업가 출신으로 정치 인맥이 약했던 트럼프는 지난 집권 때도 가족을 정부 요직에 등용했다. 당시엔 가족 정치의 중심에 장녀 이방카(43) 부부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47)와 그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55), 차남 에릭(40)과 그의 부인 라라(42)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네 사람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에도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의 3남 2녀 중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에릭은 첫 부인 이바나의 소생이고, 차녀 티파니(31)는 두 번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막내아들 배런(18)은 트럼프와 현재 부인 멜라니아 여사 사이의 유일한 자녀다.

텔레그래프는 "백악관과 공화당에서 트럼프 가족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하면서 재선 실패 후 측근의 변심을 경험한 트럼프가 가족에 더욱 의존할 수 있다고 짚었다. 1기에 부각된 이방카 부부가 온건 보수 성향인 반면, 2기 실세로 떠오른 트럼프 주니어 등은 한층 강경한 보수 성향이고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높아 가족 정치가 더욱 단단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재민 기자

인사권 행사 시사한 장남…"잠재적 대권주자"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부사장은 트럼프 2기의 '막후 권력자'로 꼽힌다. 그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우군' 영입에 앞장서고, 선거 운동 전략가로 최전선에서 뛰었다.

그는 자신과 절친한 J D 밴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낙점되는 데 영향력을 발휘했다. 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대선 후보로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수개월간 물밑 작업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정책을 전복하려는 사람들이 (차기) 행정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며 인사권을 행사할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화 중인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J D 밴스. 트럼프 주니어의 뒤로 약혼녀 길포일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에 대해 "아버지의 정치적 전략을 조종한다"고 전했다. 젊은 남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트럼프가 여러 팟캐스트에 출연하도록 독려한 것도 트럼프 주니어였다. 그가 "맥도날드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해리스보다 아버지가 여기 메뉴를 훨씬 잘 안다"고 발언한 지 며칠 뒤 트럼프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일 종업원으로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8월 한국을 찾아 아버지를 향한 암살 미수 사건을 언급하며 아버지의 강인한 리더십에 관해 말하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부친의 정책을 홍보하고 트럼프가 재선 실패 후 제기한 '부정선거론'도 옹호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43)처럼 백악관의 공식 직함을 갖게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아버지를 빼닮은 쇼맨십과 정치 감각으로 공화당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트럼프 주니어를 잠재적 대권 주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디언은 "미국 정가에선 밴스가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경우 트럼프 주니어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하는 거래를 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미 애리조나주 총기 매장을 방문한 트럼프 주니어. AFP=연합뉴스

권력자로 부상한 트럼프가 며느리들


이번 대선을 통해 '트럼프의 며느리들'도 트럼프가의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하며 백악관 입성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 길포일은 유세 현장을 누비며 예비 시아버지를 지원사격했다. 변호사이자 보수 성향 방송 폭스뉴스의 뉴스 진행자였던 길포일은 트럼프 주니어보다 8살 연상으로, 예비 시어머니인 멜라니아 트럼프(54)보다 한 살 많다. 전 부인 바네사 헤이든과의 사이에서 5명의 자녀가 있는 트럼프 주니어는 2018년 이혼한 뒤 길포일과 교제해 2022년 약혼했다.

지난 7월 길포일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길포일의 첫 남편은 민주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57)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하지만 길포일은 트럼프 주니어와 교제하기 전부터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였으며, 2020년엔 트럼프 캠프의 모금 책임자이자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다. 길포일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악연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0년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였던 해리스가 이 검찰청의 검사 자리를 알아보던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와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 라라가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 자격으로 지난 10월 타운홀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모습을 트럼프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차남 에릭의 부인 라라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 자격으로 이번 선거자금 모금을 총지휘했다. 공화당의 '금고지기'를 맡길 만큼 트럼프는 둘째 며느리를 총애한다. 라라는 대선이 임박하자 춤을 추며 투표를 촉구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실패한 후 정치와 거리를 둬 온 이방카와 달리 라라는 TV와 공개 행사 등에 계속 나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였다. 때문에 "라라가 이방카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이 나왔다. 라라는 폭스뉴스 등에서 일한 프로듀서 출신으로 에릭과는 2014년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

차준홍 기자

트럼프그룹 부사장인 에릭은 부친이 2016년 백악관에 입성한 후 부동산, 호텔 등 트럼프 가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회사와 거리를 둘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1기 때처럼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지난 9월 트럼프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이 공동 출범한 가상화폐 플랫폼을 홍보해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재집권한 후 가족 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거나 트럼프와의 인연을 노린 이들이 이 플랫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가디언은 "이방카 부부가 권력에서 멀어지고 장남과 차남 부부의 영향력이 커진 점은 트럼프 가족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차남 에릭(오른쪽)과 그의 부인 라라가 지난 10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방카·쿠슈너 복귀 가능성도


장녀 이방카는 지난 7월 연설 없이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선 걸 제외하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좀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으로 꼽히며 트럼프 1기 당시 실질적인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행보와 대조적이었다. 2022년 트럼프가 세 번째 대선 출마를 결정하자 이방카 부부는 "가정에 집중하겠다"며 정치에서 손을 뗐다. 일각에선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와 거리를 둔다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이방카(가운데)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왼쪽). 오른쪽에 트럼프의 차녀 티파니가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방카 부부가 정치 무대에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방카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아버지가 재집권할 경우 다시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에) 올인하거나 완전히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대인인 그의 남편 쿠슈너는 트럼프 2기에서도 미국의 대중동 정책 '키맨'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로이터통신은 쿠슈너가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가 자문이나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들이 맺은 관계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 타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었다. 그래서 그의 '등판'은 이스라엘 전쟁을 둘러싼 중동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쿠슈너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하마스·헤즈볼라 등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지지한다.

지난 10월 미 뉴욕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와 그의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1기 당시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린 멜라니아는 선거 막판 유세장에 깜짝 등장해 지지 연설을 하고, 회고록에서 트럼프 측과 달리 낙태권을 옹호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내성적인 성향인 멜라니아의 행보는 트럼프 1기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에게 가족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도 있는 만큼 한·미 관계를 고려해 트럼프 가족의 권력 구도를 면밀히 살펴보고 네트워크 형성 등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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