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美부통령 된 '백인 흙수저'…넷플릭스 덕도 봤다 [트럼프 당선]
미국 유권자들은 마약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자란 '백인 흙수저' J D 밴스(40)를 미국의 제47대 부통령으로 선택했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유명 로스쿨을 졸업하고 벤처 투자자로 자수성가한 밴스가 상원의원을 거쳐 미국의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의 삶은 ‘흙수저 성공기’로 요약된다. 1984년 오하이오주(州)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컸는데 사실상 외조부모가 부모 역할을 했다. 어머니의 배우자가 수시로 바뀌며 혼란을 겪다가 자기를 키워준 외조부의 성인 '밴스'에 정착했다.
고등학교 시절 중퇴 위기도 있었지만,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되고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2007년 제대군인원호법의 혜택을 받아 오하이오주립대에 입학한 그는 학사 과정을 2년 만에 마쳤다.
2010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해 예일법률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고, 2016년에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벤처 투자자이자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과 함께 일했다. 이후 피터 틸 등에게 수천만 달러를 투자 받아 금융투자기업 나르야 캐피털을 세워 성공을 거뒀다.
밴스에게 정치 인생을 열어준 건 그가 쓴 책이다. 로스쿨 재학 시절 『타이거 맘』으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교수의 권유를 받아 집필한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다. 힐빌리는 미 중부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사는 가난한 백인들을 낮춰 일컫는 말이다. 책엔 마약 중독 등 그들이 겪는 실상이 담겨 미국 사회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2016년 책이 출간된 후 밴스는 일약 전국구 인지도를 얻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정치적 이단아'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왜 대통령에 깜짝 당선됐는지를 증명하는 책으로도 주목받았다. 실제로 트럼프는 힐빌리들의 지지를 업고 같은 해 대통령이 됐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버린 이유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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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미국의 히틀러"→"최고의 대통령"
하지만 밴스가 처음부터 트럼프와 '케미'가 좋았던 건 아니다. 2016년 대선 때만 해도 밴스는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불렀다. 자신은 트럼프 지지자는 아니라는 뜻에서 '네버 트럼프 가이(Never Trump guy)'라고도 했다.
그러다가 2020년 대선 때 밴스는 트럼프 지지로 전향했다. 그가 정계 입문을 꿈꾸던 때였다. 밴스는 "내 생에 최고의 대통령"이라며 트럼프를 극찬했다. 2021년 오하이오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한 후 트럼프를 찾아가 과거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트럼프도 마음을 돌렸다. 2022년 4월 트럼프는 밴스가 "미국을 가장 우선시할 상원의원 후보"라면서 지지했고, 그 덕에 경선 후보 5명 중 3위였던 밴스가 1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해 11월 상원 의원이 됐고, 이후엔 트럼프 충성파로 맹활약했다.
밴스의 정책적 지향은 트럼프와 유사하다. 둘 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낙태 문제의 경우 각 주(州)마다 원칙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민 문제에 대해 강경하고, 트럼프의 지론대로 "2020년 대선은 사기"라고 주장한다.
대외 정책도 트럼프의 복사판이다. 대선 기간 밴스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며 "유럽이나 다른 누구에게도 공짜 점심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미국의 세금 보조에 의존하지 않고, 독일·프랑스 등 모든 나라가 공정한 분담금을 내는 군사동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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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구설…'캣 레이디' 파문도
각종 설화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도 트럼프와 닮았다. 지난 9월 그는 X(옛 트위터)에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동네 반려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기사를 공유해 논란이 됐다.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자식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캣 레이디들(Cat ladies)'은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공격했다. '캣 레이디'에는 가족 없이 혼자 은둔한다는 비하의 의미도 담겨 있다. 2020년 11월엔 한 팟캐스트에서 "무자녀 성향 때문에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더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가 정신적으로 더 불안정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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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아내와 자녀 셋 둬
외신들은 밴스가 부통령이 되기까지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38)의 공이 컸다고 짚었다. BBC에 따르면 밴스는 자기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건 아내 덕분이라고 늘 강조했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그는 우샤가 자신을 인도해 준 "수호령"이라고 적었다. 책에서 밴스는 "우샤는 내가 있는지도 몰랐던 기회들을 찾아 나서도록 언제나 나를 격려해 줬다"고 밝혔다.
부부는 2013년 대학 토론 동아리에서 '미국 백인의 쇠락'이란 주제로 토론하다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2014년 결혼해 세 자녀(이완, 비벡, 미라벨)를 뒀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우샤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나고 자랐다.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장학생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에서 서기로 일했고, 2015년부터 최근까지 로펌 '멍거톨스앤올슨'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다. 남편이 부통령에 지명된 뒤 로펌을 그만둔 상태다.
BBC에 따르면 강경 보수파인 밴스와 달리 우샤는 한 때 민주당 당원이었다고 한다. 밴스는 가톨릭 신자, 우샤는 힌두교 신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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