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환율부터 무너졌다…"한국 수출 8% 날아갈 수도" [트럼프 당선]

곽재민 2024. 11. 7.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양대 축은 ‘감세’와 ‘관세’다. 감세로 악화할 재정적자를 대규모 관세로 상쇄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감세안은 ▶내년 만료되는 개인소득세율 인하 등의 조치 영구 연장 ▶법인세 최고세율(21→20%·미국 국내 제조기업 15%) 인하 ▶팁·사회보장급여에 대한 소득세 면제 등이 골자다.

이러한 대규모 감세는 재정적자를 유발한다.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해 구멍난 재정을 메운다는 게 트럼프 관세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은 304억 달러(약 42조원), 전체 수출액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한국의 총 수출액(6322억2600만달러)의 8%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수출기업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겨냥한 60% 이상의 고율관세 부과는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산 중간재 수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KIEP는 제3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라 한국산 중간재 수출도 70억~89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필수 제품 수입 축소, 중국의 미국 기업·부동산 인수 금지와 같은 더 공격적인 관세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GDP)은 최대 0.67%줄어들 수 있다고 KIEP는 전망한다.

산업연구원도 트럼프 2기는 1기에 비해 더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통상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유럽연합(EU) 뿐만 아니라, 베트남·인도·태국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이 확전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IT(정보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산 중간재를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가 자리잡은 만큼, 한국 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

현재 한국의 대미 통상 환경은 트럼프 1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1기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166억달러였던 대미 무역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2.7배 늘었다는 점에서다. 올해는 500억달러에 근접하며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나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금융시장도 안갯속이다. 확장 재정 정책으로 추가 금리 인하가 미뤄질 경우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내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됐던 2016년 11월 8일 1135원이었던 달러당 원화 가치는 연말엔 1208.5원으로 두 달 만에 6.84%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시장에선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1400원’선이 뉴노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전 거래일보다 17.9원 하락한 1396.5원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채권값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 세수 부족분을 국채 발행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는 채권 금리 상승요인이다. 이는 한국 국고채 금리 및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선 현재 4.28% 수준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 4.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강달러가 지속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셈법도 복잡해진다. 올해 3분기 0.1% 성장률을 기록하며 간신히 역성장을 면한 한국경제가 내수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를 망설이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나친 경계는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한국경제 후폭풍이 당장 나타나기보다는 집권 후 3년 정도가 지나야 현실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만 하더라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조사와 미 상무부 인적 쇄신 이후 가능할 것”이라며 “현실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 반응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7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