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7곳 트럼프 승리…여론조사 '샤이 트럼프'에 3연속 당했다 [트럼프 당선]

이승호 2024. 11.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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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을 벌인 뒤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선거 여론조사가 또 빗나갔다. 2016·2020년에 이어 올해 대선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만 등판하면 벌어지는 일이다. 대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샤이 트럼프’ 파악에 이번에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소한 격차의 결과 예측에 취약한 여론조사 오차범위의 한계란 분석도 있다.

미국 내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선 직전 대부분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박빙의 선거 결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7대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1~2%포인트 범위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는 해리스가 앞선다는 결과가 더 많았다. 선거 이틀 전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에선 해리스가 경합주 7곳 중 4곳에서 앞서고 2곳은 동률, 1곳에서만 뒤진다고 나타나기도 했다.

자료 : AP통신·뉴욕타임스

하지만 실제 결과는 ‘7대0’ 트럼프 완승이었다. 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현재 경합주 5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서 모두 트럼프가 승리했고,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남부 경합주 애리조나, 네바다에서도 승리가 유력하다.

2016·2020년 대선과 같은 패턴이다. 2016년 주요 조사 기관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경합주인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에서 승리할 거라 봤지만. 실제론 트럼프가 모두 이기며 당선했다. 2020년에도 조 바이든 후보가 넉넉한 차이로 이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경합주는 초박빙이었고, 바이든의 당선 확정까지는 나흘이나 걸렸다.

김영옥 기자

트럼프만 뜨면…세 번 빗나간 예측


6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메디슨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후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사 대상 확대, 새로운 조사 방식 도입 등으로 떨어진 신뢰 회복에 힘썼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예측과 실제 결과의 오차가 크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는 “2022년 여론조사가 정확했던 건 투표용지에 ‘트럼프’란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샤이 트럼프에 대한 파악이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문제를 극복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부분 중립을 표방하는 여론조사 기관이나 대학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오차범위 우위, 사실은 열세”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여론조사에 응답했던 것과 다르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로 인해 해리스 지지율이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들리 효과는 유권자들이 사회적 압박이나 비난을 우려해 자신의 실제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백인 유권자 등에서 여론조사 응답 때와 달리 트럼프에 투표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로 인해 해리스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는 해리스가 열세한 상황을 나타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 온라인 시사매체 글로벌리스트는 “2016년 당시에도 클린턴 후보가 오차범위 내로 앞섰다”며 “해리스가 트럼프와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낼 수 없다면 이는 (패배의)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오차범위의 한계란 지적도 있다. NYT는 “여론조사가 박빙이라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박빙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 선거에선 여론조사 오차 범위 내에서 승패가 갈려 어느 한 쪽으로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NYT는 “여론조사 회사가 근거로 삼는 투표 의향,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나 중요성 인식 등은 결과를 파악하는데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여론조사 기관은 아직도 과거 트럼프가 과소평가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락하는 미 언론…불신 조장 우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하워드대학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선거로 미 언론의 신뢰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면 여론조사와 선거 과정 자체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언론이 가짜 여론조사를 이용해 공화당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 ABC뉴스 등은 이들은 2020년 대선 당시에도 엄청나게 부정확한 여론 조사 기관이었다”며 “2016년과 2020년에도 언론은 일관되게 가짜 여론 조사를 사용해 공화당 투표율을 낮추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불화와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선 ‘우편투표 효과’도 지난 대선 보다 줄었다. 우편투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4년 전 대선에서도 선거 당일 밤 트럼프가 우세한 ‘레드 미라지’(공화당 신기루)가 나타나다, 우편투표 개표 후 바이든이 역전하는 ‘블루 시프트(민주당 전환)’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우편투표 집계에 걸리는 시간이 감소해서다. 우편투표 비중이 4년 전보다 낮아진 탓이 크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한 유권자는 약 3900만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20% 정도다. 4년 전(43%)의 절반 수준이다. 유권자 서명을 확인하고, 유권자 명부와 대조하는 등의 ‘유효표 검증’ 절차를 많은 주에서 대선 당일 이전에 하도록 허용한 영향도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과거와 달리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하며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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