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MB는 반등, "자괴감"에 무너진 朴…尹 오늘 대국민 담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6일 여권 내에선 대통령 회견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건 한 목소리였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에 제안한 쇄신안의 수용 여부를 두고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거센 민심 이탈을 막고 하반기 국정 운영의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데는 친한계와 친윤계와 다르지 않았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이 생각하는 기대보다 반 발짝 더 가야 야당 공세를 막고 정권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친윤계 권영세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상황 인식이 달라진 만큼 성격대로 화끈하게 말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KBS와의 대담에서 디올백 문제에 대해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고 말해 여론이 더 악화된 사례를 말하며 “의도치 않게 여론이 나빠졌던 이런 상황을 참모들도 다 보지 않았겠냐. 그런 부분을 고려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설명할 부분은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쇄신 내용을 두고는 친윤계와 친한계의 생각차가 컸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향후 활동을 두고 친한계는 “외교무대 활동까지 포함한 전면 중단”(장동혁)을 요구했고, 친윤계는 “영부인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일까지 막는다는 건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방해하는 것”(이철규)이라고 맞섰다.
6일 오후 한 대표 주재로 열린 중진 의원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 대립이 계속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진 의원들은“지금은 기다려야 할 시간”(나경원), “용산을 보지말고 국민을 보고 가자”(조경태) 같은 엇갈린 의견이 오갔다.
당내에선 대국민 담화의 모범 사례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담화가 오르내린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율이 52%(한국갤럽)에 달했지만, 광우병 사태를 겪으며 21%까지 주저 앉았다. 5월 22일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인 뒤, 6월 19일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한껏 자신을 낮춘 모습에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후 반등했고, 임기 반환점엔 지지율을 49%까지 회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도 매 분기 평균 20% 초중반의 지지율로 선방했고,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과는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2016년 태블릿 PC 보도 다음날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해 민심을 더 들끓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한 시점(2016년 10월 25일) 지지율은 22.7%였지만, 이후 민심 이탈은 더 가속화돼 11월 1일엔 9.2%로 급락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국민 담화 자체보다 그 내용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윤 대통령도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7일 회견이 당정 위기를 극복하는 모멘텀이 되길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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