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디자인·문화 경쟁력 강화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도약”

윤일선 2024. 11. 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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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산 WCBF’ 부대행사
부산 동서대학교 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5일 ‘2024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 부대행사인 글로벌 디자인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이 자리에 모여 다양한 시각을 공유했고, 특히 부산지역 디자인 전공 대학생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부산시 제공


부산 동서대학교와 부산시청에서 5일 ‘2024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WCBF)’ 부대행사가 열렸다. 전날 성황리에 끝난 본행사에 이어 열린 이번 부대행사에서는 부산의 글로벌 허브 도시 도약을 위해 디자인, 인공지능(AI), 문화적 관점에서 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동서대 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는 ‘아시아, 한국, 부산의 미래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디자인 토크쇼가 열렸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환영식에 이어 김태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는 세계 각국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시각을 공유했다. 특히 부산지역 디자인 전공 대학생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먼저 세계디자인기구의 토마스 가비 회장은 특별 강연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창작을 넘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꿈을 꾸는 과정’이다”라고 정의하며 디자인의 미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전했다. 가비 회장은 자신의 디자인 여정을 되짚으며 “디자인은 미래를 위한 꿈의 실현이자, 인류가 협력해 이루는 창조적 선택”이라며 창의적 사고와 책임 있는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와 로봇 기술 발전에 따른 디자인 영역 확장을 언급하며,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을 통해 삶을 향상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프랑스산업디자인진흥원장 엠마뉴엘 투안은 디자인이 도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파리 등 주요 도시들이 고유의 정체성을 디자인과 융합한 사례를 소개하며, 디자인이 미적 요소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투안 원장은 파리의 정체성이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에서 형성되었고,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과 같은 랜드마크가 이를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후변화와 인구 고령화 같은 현대 과제 해결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안 원장은 프랑스와 한국 디자인의 차이에 대해 “프랑스 디자인은 예술적 관점에 중점을 두지만, 한국 디자인은 경제적, 산업적 요소를 강조한다”며 프랑스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측면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자인연구원 전 회장이자 현 고든 브루스 디자인 LLC 회장인 고든 브루스는 인류 중심의 디자인과 삼성 디자인 혁신 과정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브루스 회장은 “좋은 디자인은 인간 중심이자 문화와 기술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디자인의 근본적 가치를 강조했다. 삼성의 초기 디자인 문제점을 회상하며, 당시 품질 개선과 일관된 브랜딩 전략, 조직 내 소통이 필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품 출시 속도에 치중하던 삼성은 품질 관리와 디자인 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디자인연구원을 설립하고 통합적 디자인 철학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 디자이너들에게 글로벌 경험을 장려하고, 한국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자인은 인간과 환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며,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접목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중국 동제대학교의 코스타스 테르지디스 교수는 ‘디자인의 죽음’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현대 디자인의 본질적 변화와 위기를 조명했다. 그는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디자인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테르지디스 교수는 ‘오리지널리티’ 개념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단순히 물건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과정임을 강조하며, 복제와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메타 디자인의 등장으로 인해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AI와 알고리즘 발전이 창의성과 인간 중심 디자인을 위협하지만, 기술이 디자인의 본질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디자이너는 툴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직접 툴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코딩 등의 새로운 기술 습득을 통해 창의적 역량을 강화할 것을 권했다.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인 나건 석좌 교수는 부산의 디자인 전략을 설명하며, 도시를 보행자 친화적이고 문화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만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 디자인의 완성은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며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에서는 일본 다케오시립도서관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이 ‘혁신적 도서관 조성’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미조카미 관장은 도서관 조성과 운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하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에게 지식과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이 가진 고유의 과제를 고민하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도서관을 조성하면 좋겠다”며 “부산과 다케오가 다르듯이 도서관도 각 지역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변하지 않으면 도서관은 그저 식상한 공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일보와 부산시가 개최한 부산세계도시브랜드포럼은 지난 4일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세계적 도시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전문가와 학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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