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보공개제도, 본래 취지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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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 헌 칼 쓰듯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하는 민원인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얼마 전 들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만을 품은 악성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을 표적 삼아 수백건의 정보공개를 연달아 청구하고, 비공개 결정에는 업무상 배임이라며 이의신청과 감사청구는 물론 경찰 고발까지 이어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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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 헌 칼 쓰듯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악용하는 민원인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얼마 전 들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만을 품은 악성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을 표적 삼아 수백건의 정보공개를 연달아 청구하고, 비공개 결정에는 업무상 배임이라며 이의신청과 감사청구는 물론 경찰 고발까지 이어갔다 한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는 하나 담당 공무원의 스트레스는 위험 수준인 듯해 안타까웠다.
1996년 세계에서 13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도입된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크게 이바지했다.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1998년 2만6000여건에서 2023년 184만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악용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정보공개 담당자의 84%가 악성 청구를 경험했다. 그 절반 정도는 민원·행정 처분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특정 직원에게 보복하기 위한 것으로 욕설, 폭언, 성희롱이 포함된 경우도 많았다. 최근 3년간 어떤 청구인은 홀로 45만건 넘게 청구했고, 상위 10명은 무려 118만여건을 신청해 전체 약 511만건의 23%를 차지했다.
이는 정보공개법상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정보공개청구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방대한 자료를 반복 요구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은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출력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러다 보니 악성 민원인들이 공무원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청구서에 욕설이나 폭언 없이도 “기한 내에 정보를 성실히 제공하지 않으면 감사부서에 신고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식이다.
여러 선진국은 정보공개청구의 남용이 국민의 알권리를 도리어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영국은 정보자유법에 “정보공개청구가 남용되면 공공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모욕적·공격적 언어, 막대한 시간·자원 부담, 특정 공무원에 대한 불평·괴롭힘, 지속적·반복적·중복적 청구 등을 남용 사유로 판단한다.
행안부에서는 일부 악성 청구로 인한 대다수 국민과 공무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금지하고, 이를 가려낼 세부 기준은 대법원 판례를 끌어와 명시했다. 과도한 청구가 접수되면 공개 여부 결정 없이 종결처리를 허용하되, 반드시 기관별로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를 미리 거치도록 해 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방지한다. 이번 개정안은 일부 악성 민원인이 정보공개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제도 개선을 통해 정보공개 본연의 취지에 맞도록 국민의 알권리는 두텁고 충실하게 보장하되, 담당 공무원은 악성 청구로 고통받는 일이 없게 되기를 기대한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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