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반성의 회견일까, 분노의 회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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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K가 한동훈에 넘어갔다는 위기감
오늘 회견에선 무조건 고개숙여야
바꿀 사람 바꾸는 게 정답이자 해법
」
#1 '갤럽 19%'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격이다. 국정 지지율 20% 선이 무너진 것보다 더 아픈 건 TK(대구·경북) 결과다.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18%가 나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8%포인트나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핵심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오묘하게도 TK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9%포인트나 뛴 53%였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디커플링이다.
무엇을 뜻할까. 한마디로 TK가 대통령을 버리고 한동훈 대표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성정상 자신의 지지율 하락은 별것 아닌 것으로 넘길지 몰라도 한 대표로의 쏠림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갤럽 결과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당초 일정을 대폭 앞당겨 오늘(7일) 긴급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어쨌든 이번 갤럽 조사가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정 쇄신을 얘기하는 자리에 서게 한 것은 천만다행이나, 혹여 단지 한 대표에게 발끈한 분노의 회견이라면 그다지 큰 결과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 회견에서 주목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명태균씨와의 관계 해명, 그리고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다. 명씨 문제는 통화 녹취가 공개되긴 했지만, 국정 농단의 직접적·결정적 증거가 되긴 힘들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해 첫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국민에게 사과드린다. 다만 명씨 입김으로 국정이나 공천이 좌우된 사실은 결단코 없다"고 고개 숙이면 납득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트럼프 현상'도 생겨났다. 나쁜 뉴스들이 나와도 크게 놀라지 않는다. 그러려니 한다. 국민의 윤 대통령에 대한 눈높이가 한껏 낮아졌다. 불행한 현실이다.
#2 김 여사 주변에선 '결별설'이 모락모락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설령 해외나 외딴곳에 간다 치자. 경호의 문제가 생긴다. 야당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정공법밖에 없다. 김 여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전면 교체하고, 김 여사는 향후 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회견 직후 다음 주 남미에서의 국제회의에도 김 여사는 가지 않는 게 낫다. 혼자 가는 정상도 많다. 단, 꼭 가야 하는 국빈 방문만 예외로 하자. 그 정도는 이해하자.
결국은 사람이다. 동서고금의 진리다. 작가 한강은 좋은 번역가를 만나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결국 사람을 잘못 뒀기 때문이다. 내각과 대통령실을 남성, 영남, 동문(서울대 법대) 위주의 '남영동' 인사로 채웠다. 실력과 식견 있는 참모들을 내쳤다. 곁에는 충성 경쟁과 김 여사만 남았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의지를 즉각 행동으로 반영해야 한다. 지난 2년여처럼 또 변죽만 울리다 그치면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바꿀 거면, 그리고 인적 쇄신의 티를 내려면 반드시 바꿔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이 더 잘 안다. 존재감 없는 대독 총리, 참사가 나도 국민 염장을 지르는 소리만 하고 고교-대학 후광으로 공항 활주로 제일 앞에서 이쁨을 독차지하는 장관, 마포대교 사진 하나 못 거르고 들통날 허위 해명만 반복하는 홍보라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를 제가 가르쳐야 한다" 같은 실언과 오버를 거듭한 참모들이 1순위다. 그들을 대체할 인사로는 경륜과 나이가 좀 부족해도 괜찮다. 국민이 "아, 뭔가 다른데~"라 일말의 기대라도 가질 수 있는 참신한 인사면 된다. 그들이 고사하면 대통령이 직접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분노는 전염된다. 대통령의 분노는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그리고 국민의 분노로 전염됐다. 톨스토이는 "분노는 타인에게 유해하지만, 처음 화낸 그 사람에게 더 유해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오늘 끝장 회견으로 제발 이 '분노의 악순환'이 끝장나길 바란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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