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김건희·김건희·김건희

강찬호 2024. 11. 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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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필자가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은 정 많고 따스한 사람이다. 특히 부인에게 각별하다. 순탄하지 못한 검사 시절을 지낸 끝에 검찰총장과 대통령에 오른 극적 행로에 가장 힘이 돼준 사람이 김건희 여사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본인 쪽 가족이 없다시피 하다. 아버지 윤기중 명예교수는 지난해 별세했고 어머니도 건강이 좋지 못하다. 반면 처가는 장모가 건재하고 처남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 도움도 많이 줘왔으니 대통령이 김 여사를 아끼고, 의지하는 건 당연하다.

「 국민 관심은 ‘여사’뿐임 직시해야
대통령 회견도 여기에 집중하길
해법 못내놓겠다면 백약이 무효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행하는 인사에 배우자가 관여해선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선 공기관장이나 장관급 고위직까지 여사가 음양으로 인선에 관여하며 여당 정치인들에게 기용 가능성을 흘려 ‘가스라이팅’이 벌어진다는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과 전화하는데 여사 목소리가 들리고, 용산 참모진이 대통령에게 공직 후보를 추천하면 “집에 물어보고”란 대답이 돌아온다든지, 대통령이 참모진과 상의해 정책을 결정했는데 이튿날 뒤집어지는 일이 잦다 보니 참모진이 결정 내용 하달을 미루는 게 다반사란 얘기도 들린다. 여사랑 가깝다는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이 수석·비서실장 등 상관을 패스하고 언론 플레이 등 일탈을 저지른다는 의혹은 구문이 된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비서실이 식물이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의 한탄이다.

“지난주 윤 대통령과 명태균 통화 녹취록이 폭로됐을 때 한 대표 측이 용산에 ‘대통령을 방어하게 정보를 달라’고 했지만, 비서진 수뇌부가 아는 게 없더라. 한 대표가 아무것도 모른 채 대응에 나섰다간 역공당할 우려가 커 침묵한 것인데 용산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 어려운데 모른 척 입 다물었다’고 하니 기가 차다.”

영남권 여당 의원은 “대구·경북(TK) 사람들이 여사를 ‘갸’로 부르더니 요즘은 욕설로 호칭한다. 지역구 가기가 두렵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TK 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도 낮게 나오는 마당이라 TK 의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이러니 TK의 친윤 핵심 김재원 최고위원마저 “지금은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할 때”라며 용산을 압박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용산은 요지부동 같다. 정확히는 여사가 요지부동 같다. 대통령실에 차출돼 근무하던 여당의 한 당직자가 최근 돌연 물러나 당에 복귀했는데, 여권 소식통은 “용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여직원의 백을 보고 브랜드가 궁금해 ‘디올인가요?’라고 물었던 게 윗선 귀에 들어가 잘렸다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사실이 아니기 바라지만 이런 구설수가 거침없이 퍼지는 환경 자체가 문제 아닌가.

7일 회견은 발표 과정부터가 여권이 ‘콩가루’임을 노출했다. 4일 아침 한동훈 대표가 강도 높게 용산의 쇄신을 촉구하자 오후 들어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가 돌연 용산에 들어가더니 그날 밤 용산이 회견 개최를 전격 발표했다. 다음날 추 원내대표는 “내가 어제 대통령에게 국민과의 소통을 앞당길 것을 건의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압박에 밀려 회견하는 모양새를 피하려고 추 원내대표를 용산에 불러 ‘그림’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지난달 21일 한 대표와 81분 차담 뒤 외부서 만찬 중인 추 원내대표를 용산에 초청해 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의 중심에 추 원내대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기뻐하기 앞서 요즘 자신이 여의도에서 ‘남자 추미애’란 조롱을 당하고 있는 이유부터 생각하기 바란다.

지금 국민의 관심사는 오직 ‘김건희’다. 민심의 요구는 명료하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일체(외교 포함)를 중단하고 특별감찰관의 감시를 받도록 하며 ‘김건희 라인’을 전원 정리해 용산의 조직 기강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다. 불기소된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도 고발인들의 항고로 서울고검에서 재심할 계기가 생겼으니, 수사지휘권을 회복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보다 죄질 낮은 명품백 논란도 수사심의위에 올려져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 받은 전례를 감안해 이 사건을 수심위에 올려 기소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 민심의 요구다.

이 정도의 조치도 주저한다면 여권 전체를 궤멸시킬 파괴력을 가진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는 날로 기세를 더해갈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회견 때 참모들이 준비해준 ‘국정 성과’소개는 전부 빼버리고 오직 여사 문제에만 집중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민심에 부응하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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