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법과 삶] 의료공백 해소, 간호사 등 업무확장 필요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의 발달, 경제발전, 수명연장 등으로 의료수요가 증가하는 데 반해 의사의 증가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보편화 되자, 미국·일본·독일·네덜란드 등에서는 의사증원정책과 더불어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게 의료행위 일부를 허용하고 독립개원제도를 도입하여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은 10만 명이 훨씬 넘는 PA (진료지원) 간호사가 의료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간호사독립진료권한법을 제정했다. 간호사에게 의사의 지시 없이 환자의 병력기록, 임상적 검사, 질병에 대한 1차 진단 및 감별진단, 치료, 진단 테스트 의뢰 및 해석, 치료계획 개발, 예방의료 조언, 처방전 작성, 방문치료 등을 허용한 것이다. 독일은 간호사 직역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에게 수술보조를 허용하고, 의사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회복과 개선을 위한 예방적·치료적·재활적·완화적·사회적 돌봄 조치, 임종 단계에서의 마지막 동반 업무 등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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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 의료 분야 의사 부족 심각
해외 각국, 간호사 등 적극 활용
의사 중심의 의료법 체계 고쳐야
」
일본 역시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을 제정하여 수술보조, 정맥주사, 카테터 교체, 인슐린 투여량 조절, 향정신성 약물 임시투여, 방문간호, 개호지원 등을 허용하여 1차 진료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리·동 단위의 보건진료소에 간호사를 보건진료전담공무원으로 임용하여 주민의 진찰·검사, 외상응급처치, 분만, 예방접종, 의약품 투여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간호법이 지난 8월 통과되어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근대의학이 도입된 이후 의료기관운영에 관하여는 의료법을, 개별 의료인에 대해서는 의사법, 치과의사법, 간호사법 등 독립된 법률을 제정하였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1951년 국민의료법을 제정하면서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하나의 의료법으로 규정한 이래 지금까지 유지되었다. 건국 초기에는 의료전달체계가 단순하고, 의료기관과 의료인 수가 적어 단일 의료법만으로도 규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한계를 넘어섰다.
지난 60여 년 사이 의료기관은 8만 개로 늘었다. 그 사이 의사는 8000명에서 13만여 명으로 17배, 간호사는 5000명에서 50만 명으로 100배가량 증가했다. 연간 진료 건수가 약 20억 회에 이르는 진료상황에서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의료 상업화로 인하여 미용성형 분야로의 의사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속도에 비례하여 진료수익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업무부담이 큰 필수의료분야에서 의사 부족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필수과는 전공의를 구하기 어렵고, 높은 급여를 지급하여야 하는 2중고를 겪고 있어 간호사에게 수술보조행위를 맡기는 것은 시장경제원리 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부 의사가 수술보조행위가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넘어선 무면허 불법행위라며 고발하여 PA 간호사들이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다.
진단과 치료는 전문성, 위험성, 재량성, 임기응변성 등이 있어 원칙적으로 의사가 하여야 한다. 그러나 치의학·한의학·간호학 등의 발전, 의료기기 및 진단기구의 발달, 신약개발 등으로 이들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의료법이 의사 중심으로 입법되어 의료행위를 우선 정하고, 그 외에 치의료행위·한의료행위·간호행위가 부수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발생되는 구조적 문제이다.
임상현장에서는 현행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가 어디부터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종종 터졌다. 이런 현실에서 간호법 제정은 시대적 필연이고 작은 시작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연간 사망자 수가 40만 명에 달하고 있어 체계적인 의료돌봄 시스템을 빨리 갖추어야 한다. 앉아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 중심치료에서 벗어나 재택진료, 재택임종 등 찾아가는 의료돌봄서비스로 전환 되어야 한다.
간호법을 개정하여 외국처럼 독립된 방문간호센터를 허용하고 간호사가 단독으로 또는 의사와 함께 환자를 찾아가 돌봄 치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로 치과의사법, 한의사법, 조산사법을 독립 제정하여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관련법을 개정하여 임상심리사·물리치료사 등의 독립개원을 허용하여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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