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스마트폰이 문제? 놀이부터 허하라
‘스마트폰, 대체 몇 살 때 사주어야 할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양육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진 키즈폰처럼 기능이 많지 않은 핸드폰으로 버틴다 해도, 고학년의 고비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기 전엔 스마트폰을 쥐여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나이든 교수의 한가로운 주장이 아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사춘기를 맞이한 Z세대에 주목한 사회심리학자다. 그의 책 『불안세대』에 따르면 이 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해 청소년기에 더 많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해하며, 자살한다. 그는 이렇게 진단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상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소 보호했다”고 말이다.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비교의 늪’이자 ‘불행의 씨앗’이라 불리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얼마나 유해한지는 굳이 데이터를 들지 않아도 이해가 간다.
스마트폰을 엄격하게 금지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의 책을 찬찬히 읽고 있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만큼이나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훨씬 이전에 빼앗은 것이 있다. 바로 놀이다. 하이트 교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현실 세계에서 지나치게 과잉보호한다”고 진단한다. 정글짐이나 뺑뺑이처럼 스릴 넘치는 기구가 사라진 놀이터, 열두어살 전에는 보호자 없이 어디도 가지 못하는 현실이 그 증거다. 모험할 수 없는 놀이, 어른에 의해 조직된 놀이는 진짜 놀이가 아니다. 재미가 있기도 어렵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이 그것도 별다른 제약 없이 주어졌으니, 중독과 우울증, 자해나 자살은 정해진 미래였던 셈이다.
미국만의 얘길까? 한국은 더하다. 미국의 아이들이 모험할 수 있는 놀이만 빼앗겼다면, 한국의 아이들은 놀이 자체를 빼앗겼다. 안전하게 조직된 놀이조차 할 시간이 없다. 공부 때문이다. 만 3세면 시작되는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사고력 수학, 선행학습 등에 치여 모험이 제거된 놀이터조차 나갈 시간이 없다.
놀이의 핵심은 조직되지 않은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한 스마트폰은 끝내 중독과 우울, 자해와 자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일이 아니라 놀이를 허하는 게 아닐까.
정선언 페어런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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