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적나라한 미국을 맞이하게 될 것"

안홍기 2024. 11.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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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트럼프 승리' 예견해 온 최종건 연세대 교수

[안홍기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선거 야간 감시 파티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다고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공언해왔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박빙의 승부를 예측하는 상황에서도 최 교수의 예측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6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승리선언을 하기 위해 이동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시점에 최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승리'라는 전망을 그토록 확고하게 내놓았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물었더니 "뭘, 50 대 50 확률인데…"라면서도 다음과 같은 분석 틀을 제시했다.

"미국 유권자들을 분석하면서 근본적으로 여성과 남성, 다수와 소수 집단 이런 정체성을 바탕에 깔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내가 주목했던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었다. 큰 폭의 인플레이션이 경제적 약자에게 가장 많은 충격을 주었고, 경제적 약자인 이민자들이 기존에 해오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민자들이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 유입을 적극 제어하지 않았고, 이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들끼리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는 먹고 사는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간단하고도 쉬운 메시지를 내왔는데, 이게 주효할 것이라 보았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을 지내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동분서주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누구보다도 많이 겪어본 그에게 이번에 들어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크게 다를 게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교수는 "새롭고 적나라한 미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처음부터 매몰차게 나올 것"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는 최종건 차관 지난 2020년 12월 9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외교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1기와 2기가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트럼프 행정부 1기와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연임을 못하고 보장된 임기가 4년 밖에 없기 때문에 1기 때 가졌던 시간적인 구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1기에 비해서 가시성이 높고 속도감 있게 성과가 나올 분야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할 문제는.

"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것은 대선 과정에서도 공약으로 계속 얘기해온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많이 오르는 등 유럽 국가들도 이 전쟁을 어떻게든 끝내기를 바라는 분위기기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자고 공공연히 이야기 하는 사람은 트럼프 밖에 없다. 정치적인 해결책, 즉 우크라이나를 향해 '땅을 떼줘라' 하는 식으로 휴전 내지 종전을 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는 그것을 가시성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나토 회원국이나 한국 같은 동맹국에 동맹비용을 부과하고 나설 것이다. 처음부터 매몰차게 나올 것이다."

-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시급한 문제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편을 들겠지만,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애를 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을지는 신의 영역에 있다고 본다. 이미 종교전쟁화 되고 있고 정체성의 문제가 되어서 정치적인 해법으로 전쟁을 끝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 중국과의 관계도 1기 때와 달라질까.

"미중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미국의 국내 정책, 특히 경제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페이백 즉 중국이 본 이득을 돌려받겠다는 기조로 관세정책을 세게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는 트럼프든 해리스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말은 부드럽게 해왔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적나라한 방식으로 중국을 향해 보호주의 정책을 밀고 나올 것이다. 반도체, 생의학, 이차전지, 인공지능, 양자 등의 영역에서 보호주의를 더 세게 들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양안문제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힘을 주고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를 내세워 이들 문제에 적극 나섰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미국은 '미국 중심주의'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패권국으로서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안정을 추구해왔는데,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정서는 '이젠 보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동맹국들을 향해선 '우리 도움으로 이제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었는데 왜 계속 우리를 상대로 흑자를 보고 있느냐, 왜 동맹국이 필요로 한다고 해서 미국 폭격기가 출동을 하고 미국 군인들이 해외에서 훈련을 세게 해야 하느냐'라는 보상심리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를 해봤기 때문에 마지막 4년인 이번 임기에는 그같은 기조를 더 강하고 가시적으로 취하지 않겠는가."
▲ 합의문 서명 마친 북-미 회담 2018년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 트럼프는 1기 집권 때 노벨 평화상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받으려고 하지 않겠나.

"트럼프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큰 상을 반드시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남북한을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내가 돌아왔다'거나 과거의 대화 국면을 회상하면서 북한에 대해 관여하는 메세지를 보낼 것이다.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향해선 상시 전개되고 있는 미군의 전략자산과 연합훈련에 대한 비용 청구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에 대해 트럼프는 늘 '워게임'이라고 불러왔다. 트럼프는 워게임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과 미국이 '으쌰으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방위비분담금은 이미 협상을 마쳐서 그대로 둔다고 해도, 트럼프는 B-1B 폭격기를 한번 전개하는 데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는 식으로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메시지가 남북한을 향해 나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메시지가 나온다고 해도 양측 다 급하게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남측과는 절대로 대화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반면에 러시아와는 아주 가까워졌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관여 메시지를 낸다고 해도 예전처럼 빨리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두 차례에 걸쳐 미국과 정상회담에 나섰지만 결국 굴욕감만 느끼지 않았는가."

- 그래도 두 번이나 만나 봤기 때문에 북미간 오가는 말이 지금보다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미국의 대북정책이 가시적으로 바뀌지 않는데, 북한이 달리 나오진 않을 것이다. 레토릭(수사법)은 서로 덜 비판적으로 나올 수 있지만, 정책과 대외메시지는 다르다. 현재 북한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인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해결한다고 가정하면, 북한과 대화할 전략적 가치는 떨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첫 해에는 북한에 대한 관여 메시지를 많이 내는 탐색기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대통령이 SNS로 메시지를 내면 김정은의 측근이 미국을 방문하고 그랬던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인가.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 지금의 김정은과 그때의 김정은도 다르다. 그리고 문재인이라는 대화 촉진자, 중개인이 없다. 북한은 러시아와 '절친'이 되었는데 한국은 러시아와 '절교'상태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여 안타깝다."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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